KBS 대형 기획, 준비부족등 노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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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세 나라 대학생들이 새 밀레니엄을 맞아 각국의 문화를 체험하며 21세기 동북아 시대를 준비한다는 의미에서 기획된 KBS 〈청소년 우정의 대항해〉 가 첫해부터 열리지 못하게 됐다.

〈…우정의 대항해〉 는 한국.일본.중국의 기간방송인 KBS.NHK.CCTV가 올해부터 2002년까지 열기로 합의했던 행사.

각국에서 70명씩 선발된 대학생 2백10명이 대형 유람선을 타고 각국을 닷새씩 돌며 상호 이해를 넓힌다는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KBS는 그 첫 행사를 올 여름방학에 맞춰 개최키로 하고 연초 KBS 10대 기획의 하나로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짧은 준비 일정과 3국의 입장 차이로 출발 첫해부터 보류되고 만 것이다.

일단 제작비 압박이 큰 것으로 보인다. 유람선 임대료.행사 진행비 등 막대한 비용을 학생들의 참가비로 충당할 수 없는 만큼 외부협찬 등을 통해 보전해야 하나 그 작업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대형 선박을 이용하려면 최소 1년 전에 임대 조건 등을 확정해야 하는 반면 이번엔 그럴 준비 기간이 짧아 배를 빌리는 것조차 순조롭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3국의 조율과정도 부족한 것으로 판단된다. 당초 이번 행사는 지난해 11월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3국 방송사 대표회의에서 잠정 합의했던 사항. 이를 KBS 실무진이 검토하고 일본.중국의 관계자들과 의견을 나눴으나 방송사의 입장이 달라 결국 내년으로 연기하게 됐다.

여러 사항을 충분히 따지기엔 여러 여건이 불충분했던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기업체 협찬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NHK는 경비부담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고, CCTV도 일본보다 행사 개최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으나 일단 내년부터 열었으면 하는 뜻을 비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KBS로선 공영방송의 이미지가 크게 손상됐다. 이유가 어떻든 'KBS 2000 대기획' 의 하나로 시청자에게 약속했던 사항을 어겼기 때문.

KBS 이동순 교양국장은 "아쉽긴 하지만 여러 사항을 점검한 결과 일단 내년으로 연기하게 됐다" 며 "행사를 철회하는 것이 아니라 보류하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 고 말했다.

당초 3국 방송사들은 대학생들의 여행일지를 다큐멘터리로 공동 제작하고, 학생들과 각국 전문가들의 선상토론회도 별도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방영할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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