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규 교수가 전하는 ‘행복을 밀고 가는 가족의 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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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76·사진) 서울대학교 교수가 지난 16일 아산평생학습관에서 ‘행복을 밀고 가는 가족의 사랑’ 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펼쳤다. ‘제6회 행복아산 시민아카데미’에 강사로 초청 받은 박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삶의 주인은 나와 우리 가족이다. 돈 말고 가정 안에서 키워야 하는 것은 사랑, 화해, 의지, 협력이다. 이것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또 “가족이란 ‘잘 살아보자’가 아니라 ‘잘 살아가자’여야 한다.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것이라면 가족 구성원 모두가 나아가는 방향을 서로 짚어줘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밖에 박 교수는 힘들었던 자신의 성장과정과 박목월 시인인 아버지와 어머니 등 가족 사랑에 대해 얘기했다.

자식성공은 부모하기 나름

이날 강연에서 박 교수는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된 계기는 가족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배고픈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고 한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이었다. 그가 초등학교 시절. 당시 가난 때문에 새 신발을 사주지 못한 어머니는 입학식 날에 그에게 자신이 시집 올 때 입고 온 비단치마로 덧신을 만들어줬다고 한다. 같은 반 아이들은 이상한 신발을 신었다고 놀려댔단다. 박 교수는 그 당시 놀림을 받기 싫어 쉬는 시간에도 책상에만 앉아있었다고 한다. 책상에 발을 감추기 위해서였다. 그때는 시인인 아버지를 원망도 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그의 어머니가 늘 가위로 종이를 오려 만든 봉투에 돈을 넣어서 줬다고 한다. 박교수는 그런 자신의 어머니가 이해가 안돼 “그냥 주면 되지 뭘 봉투까지 만들어서 돈을 주냐”며 따졌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돈 만지면 돈 벌고 싶어진다. 너는 공부하는 놈이 되야 하니 돈 만지면 안된다”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박 교수는 “대학교 등록금을 낼 때도 어머니가 4년 내내 등록금을 직접 내셨다”며 “대학시설 어느 날은 어머니가 한번은 ‘함께 걷자’고 말하셔서 손을 잡고 걷는데 눈물을 흘리셨다. 왜 우냐고 여쭤보니 ‘니가 공부하는 놈이 돼 기뻐서 …’라고 답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지금까지 교수를 하고 있는 이유다. 자식의 성공은 부모님의 사랑으로 이룰 수 있다”고 교육 방법을 제시했다.

다음은 박 교수와의 일문일답.

-오랫동안 문학인의 길을 걷고 있다. 아버지(박목월 시인)의 영향을 받은 것인가.

 “내가 중학교 때 시를 한편 쓴 적이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상당히 잘 쓴 것 같아 시인인 아버지에게 자랑 삼아 보여드렸다. 그 당시 아버지는 ‘넌 시에 대한 소질이 별로 없다. 너 자신이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봐라’ 라고 하셨다. 그 뒤 시인이 꿈을 접으려 했다. 하지만 대학교 때 우연치 않게 외국문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자 아버지는 또 ‘네가 정 문학에 관심이 있다면 한국 문학 쪽으로 꿈을 펼쳐봐라. 내가 도와주겠다’고 말씀하셨다. 그 이후로 아버지를 존경하며 시를 배웠고 지금까지도 내가 문학인으로 살아가는 계기가 됐다.”

-아버지로서 박목월 시인은 어떤 분이셨나.

 “아버지는 정말 순한 분이셨다. 1960년대 어느날 도둑이 창문을 열고 집에 들어왔다. 당시 내가 새벽 1시에 그 도둑을 붙잡았다. 그러자 아버지가 다가오시더니 새벽 5시까지 도둑하고 대화를 하고 보내더라. 왜 그냥 보냈냐고 여쭤보니 ‘그 놈 이야기 들어보니 그 놈도 불쌍하더라’고 말씀하셨다. 그렇다면 왜 일찍 안 내보냈냐고 물으니, ‘통행금지 시간에 내보내면 경찰한테 잡혀서 또 고생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만큼 순했던 분이셨다.

-오늘의 강연주제는 행복이다. 요즘 젊은 세대에서는 행복보다 돈을 좇으려 하는 이들이 많다. 그들에게 남기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취업난이 계속 되면서 젊은이들이 많이 괴로워하고 그것으로 인해 가족들과의 불화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시대가 발전하고 정보화, IT 세대로 갈수록 취업난은 지속될 것이다. 생각해보라.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일을 굳이 직원을 고용해 처리할 필요가 있겠는가?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 그리고 그 일로써 행복해질 수 있는 직업을 택해야 한다. 돈은 중요치 않다. 그리고 자신의 행복이 가족의 행복이다.

-향후 계획과 천안·아산 독자들에게 한 마디.

 “내 소설을 조만간 출판할 예정이다. 삶의 지혜가 묻어있는 소설이다. 천안·아산 독자들께 행복은 가까이 있다고 말씀 드리고 싶다. 돈을 흥청망청 쓰지 말자. 술 먹을 돈 만원씩만 아껴서 노년이 됐을 때 자신이 부인과 함께 아름다운 섬에 놀러 가라. 그리고 얘기해줘라 ‘그동안 나와 살며 얼마나 힘들었나. 고맙다 내 자식 키워주고 내 옆에 있어줘서’라고 말이다. 행복은 늘 가까운 곳에 있다. 가족은 행복의 근원지다.

조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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