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라도 끝까지 믿는다 … 손정의 챔피언 리더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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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20일 저녁 손정의(54) 소프트뱅크 회장의 트위터 홈페이지는 온통 감탄사로 넘쳐났다. “해냈습니다! 팬 여러분 감사합니다. 감독·선수·스태프 여러분,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일본 1등이다!”

 같은 날 그가 구단주인 프로야구팀 소프트뱅크 호크스가 일본시리즈 우승을 거머쥔 것이다. 강팀 주니치 드래건스를 맞아 3승3패의 격전을 치른 끝에 7차전에서 3-0으로 승리했다. 다이에 호크스라는 이름으로 우승한 2003년 이후 8년 만이자 소프트뱅크가 팀을 인수한 2005년 이후 첫 우승이다.

 이 팀은 2006년 당시 감독이던 왕정치 현 이사회 회장이 위암 투병을 시작하면서 전력이 크게 떨어졌다. 2008년엔 급기야 리그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런 팀이 3년 만에 일본 최고 구단으로 부활한 데엔 손 회장의 남다른 리더십이 큰 몫을 했다는 평가다.

 손 회장은 구단을 인수하자마자 왕 감독을 부사장으로 겸직 발령냈다. 경영의 전권을 맡긴 것이다. 왕 감독이 암 투병을 시작했을 때도 변함없는 격려를 보냈다. 아키야마 고지 감독이 새 사령탑을 맡은 뒤에도 왕 감독을 이사회 회장으로 추대하는 의리를 보였다. 이를 통해 단합과 신뢰를 이끌어 냈다. 2009년엔 상대팀 전력을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제공했다. 덕분에 호크스는 그해 퍼시픽 리그 1위를 차지하며 재기의 발판을 다질 수 있었다.

 손 회장의 ‘야구 리더십’은 팀 운영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다. 호크스는 800여 계열사로 구성된 소프트뱅크 그룹의 일체감을 고양시키는 최적의 도구다. 문규학 소프트뱅크코리아 대표는 “20일 도쿄 히가시신바시에 있는 소프트뱅크 본사 25층 직원 식당은 호크스 로고가 새겨진 셔츠를 입은 직원들의 함성 소리로 가득했다”고 전했다.

 21일 오후 1시25분에는 전 직원에게 손 회장의 e-메일이 도착했다. 그는 “전력을 다해 도전하는 사람의 진지함이 만들어 내는 감동을, 그것을 본 사람이 느끼는 용기와 웃는 얼굴을, 인터넷이라는 소프트뱅크의 가장 자신 있는 영역에서 구현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아울러 “뜻을 같이하는 동료와 힘 모아 반드시 달성한다는 생각으로 일하면 실현 못할 것은 없다. 갑시다, 파이팅!”이란 말로 끝을 맺었다. 야구의 승부를 사업의 그것과 연계해 회사의 비전을 강조하고 직원들의 신념 어린 동참까지 이끌어낸 것이다.

 손 회장은 이번 우승을 마케팅 도구로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이미 트위터를 통해 “우승 세일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소프트뱅크로선 최대 대목인 연말연시에 경쟁사들을 압도할 무기를 손에 쥐게 된 셈이다.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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