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닫이 벽, 이동식 전등 … 아파트가 살아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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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① 천장에 팬 홈을 따라 전등이 움직이는 이동식 조명. 하나나 여러 개를 옮겨 원하는 곳을 더 밝게 비춘다. ② 어린아이부터 성인까지 키 높이에 맞춰 세면 불편이 없도록 높이 조절이 가능한 높낮이 조절 세면대. ③ 취향에 따라 거실 한쪽 벽을 움직여 서재·휴식공간 등 다양한 공간으로 연출해 쓸 수 있는 이동식 벽체.

아파트가 살아 있다? 거실 벽면이 문처럼 열리자 숨어 있던 서재가 나타나고 천장에 붙어 있는 전등은 옮겨 다니며 원하는 곳을 환하게 비춘다. 머지않아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집이다.

 SK건설이 서울 개포동에 있는 주택문화관인 뷰갤러리에서 일반인들에게 선보이고 있는 미래주택의 모습이다. 전용면적 71, 95, 123㎡ 형의 세 가지 주택형으로 구성돼 있다.

 이 주택은 입주한 뒤에는 바꾸기 힘든 집 구조를 언제든지 수시로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보다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설계가 적용된다.

 거실 한쪽 벽이 이동식 벽체로 만들어져 있어 입주민은 필요에 따라 열거나 닫을 수 있다. 벽체 뒤 공간은 서재나 휴식공간, 창고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벽체를 뜯거나 다시 설치할 필요 없이 버튼 하나만 누르면 벽이 열리거나 닫힌다.

 옷 등을 넣어두는 드레스룸에는 이동식 옷장이 설치된다. 일반 옷장이 대개 ‘ㄷ’자 혹은 ‘ㅡ’자형인 데 비해 이 옷장은 ‘ㅌ’자 형태다. 마치 책꽂이에서 책을 자유롭게 빼고 꽂거나 이동하는 것처럼 옷장을 움직일 수 있어 수납공간이 훨씬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 거실 천장에 붙어 있는 전등은 고정돼 있지 않다. ‘ㄷ’자 형태의 홈을 따라 6개의 전등이 움직인다. 입주민이 버튼을 눌러 조종하면 조명이 집중되거나 분산된다.

 욕실 세면대도 이용자의 눈높이에 맞춰 높이가 조절된다. 어른이든 어린아이든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다.

 SK건설 신희영 상품개발본부장은 “한정된 공간을 다양하고 넓게 사용할 수 있도록 ‘움직이는 공간’에 초점을 맞췄다”며 “이동식은 가변형 벽체 등 고정식보다 오랫동안 쓸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SK건설은 이 같은 시스템을 주택형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적용키로 했다. 집 크기가 달라서다.

신혼부부와 어린 자녀를 둔 가족이 선호하는 71㎡형에는 집 내부 공간이 많이 넓지 않기 때문에 이동식 벽체 대신 미닫이형 책장을 설치한다. 자녀방과 거실 사이에 설치된 이 책꽂이를 방문 대신 사용하는 것이다. 책장을 옆으로 밀면 거실로 나갈 수 있다.

 중·장년층이 많이 찾는 95㎡형은 이동식 벽체와 이동식 조명, 이동식 옷장 등을 갖추지만 좌식 샤워부스는 없다. 좌식 샤워부스까지 들이는 것은 두 세대 이상이 살 수 있는 123㎡ 형이다. SK건설은 이 같은 시스템을 내년에 분양하는 SK뷰 아파트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선임연구위원은 “큰 집보다 중소형 주택이 인기를 끌면서 공간 활용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편리성과 실용성을 높인 다양한 평면 개발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가변형 벽체=뜯을 수 없는 콘크리트 등으로 만들어진 벽체가 아니라 필요에 따라 설치하거나 떼어낼 수 있는 벽체. 대개 벽돌이나 콘크리트를 채운 패널을 쌓아 만든다. 가변형 벽체를 통해 방·거실 등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데 이동식 벽체보다 설치나 철거가 번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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