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인터넷 일변도 탈피 부품·소재쪽 몰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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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시장의 침체로 벤처투자 열기가 수그러들면서 투자대상이 다변화하고 있다.

인터넷 벤처에 몰리던 자금이 소재.부품 등 제조업과 생명공학.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돌고 있다.

이런 가운데 소재.부품산업에서 결실을 보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 인터넷 일변도 탈피〓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결성한 1백1개 벤처투자조합(벤처펀드)이 조성한 벤처자금은 6천9백4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백84억원)의 11.9배다.

이 가운데 민간 투자조합의 결성 건수는 지난 4월이 23개로 가장 많았으며 그 뒤 5월 8개, 6월 5개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도 수익모델이 불확실한 인터넷.정보통신 업종 이외에 유망분야를 찾아 나서고 있다.

중기청 송종호 벤처진흥과장은 "최근 특정기술이나 사업.지역에 한정하는 테마형 벤처펀드가 늘었고, 특히 코스닥 거품이 빠진 4월 이후 부품.소재.생명공학.엔터테인먼트 위주 투자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고 말했다.

KTB네트워크는 올해 영화.애니메이션.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투자를 대폭 늘리겠다고 11일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 2월 강제규필름에 57억여원을 투자한 것을 비롯, 연말까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3백30억원을 투자한다.

무한기술투자 등 중견 벤처캐피털도 바이오.여성기업 관련 벤처펀드에 주력하고 있고, 녹십자.종근당 등 제약회사도 생명공학 분야 벤처기업을 발굴하고 있다.

◇ 열매 맺는 소재.부품 개발〓제일모직은 지난달 일본 미쓰비시가 세계 시장을 독점해 온 2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전해액 개발을 마쳤다.

서울대 제어계측과 박사과정생들이 세운 벤처 ㈜우리기술은 원자력 제어계측 장비를 국산화했으며, 최근 국내 원자력발전소에 제품을 대기로 계약했다.

우리기술은 전원 집중관리.분산제어 시스템 등 전력 제어장비도 개발해 한국통신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아주하이텍은 현미경 대신 고성능 카메라로 반도체를 검사하는 장비를 만들어 삼성.LG 등에 납품하고 있다.

아주하이텍은 올해 대만 등지에 샘플장비를 공급하기로 했으며, 내년에 1백억원대의 수출을 기대하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창업투자사와 함께 소재.부품의 수입품 의존도가 높은 전자.통신산업의 핵심소재 등을 개발한 19개 기업에 연구비와 사업비를 지원.투자하기로 했다.

홍기두 자본재산업과장은 "수출을 주도하는 반도체.통신기기 등은 1백원어치를 팔려면 70~80원어치의 소재와 부품을 수입해야 하는 구조" 라며 "소재.부품의 국산화는 무역수지에도 큰 도움이 된다" 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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