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곳곳 터만 파놓고 공사중단

중앙일보

입력

11일 전주시 덕진구 우아동 강산타운 공사 현장. 철제 가설 울타리를 둘러 친 2만여평 가운데 절반 이상이 1~2m 깊이로 파여 있다.

지난 밤 내린 폭우로 고인 물을 배수펌프로 퍼 냈지만 곳곳에 여전히 물이 고여 있다.

6년 전 15층짜리 주상복합건물 건축 승인을 받았지만 1997년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공사를 중단한 후 4년째 방치되고 있는 공사장이다.

곳곳에 쌓인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악취와 들끓는 파리.모기 등 해충은 물론 안전사고 위험 때문에 근처 주민들과 상인들이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18일에는 3살 난 어린이가 울타리의 틈을 통해 공사장 안으로 들어갔다가 웅덩이에 고인 물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나기도 했었다.

주민 李모 (47)
씨는 "울타리가 있긴 하지만 구멍이 뚫려 아이들이 무슨 사고라고 당하지 않을까 겁난다" 며 "잡초가 무성하고 악취가 풍겨 밤 중에는 어른들도 주변 도로로는 다니기를 꺼린다" 고 말했다.

전주시내의 대형 공사장들이 터만 파다 말고 공사를 중단한 채 방치돼 있다. 여름철 호우로 인한 지반침하와 붕괴, 실족사고 등이 우려되고 있다.

완산구 경원동 도청 2청사 앞 문화센터 공사장은 4백여평 가량을 6m 깊이로 파헤친 채 3년째 공사를 중단한 상태다.

한 건설업체가 부지 3천여평에 지하 3층.지상 4층의 문화센터를 지으려다 부도나는 바람에 손을 떼고 가설 울타리만 쳐 뒀다.

덕진구 우아동 전주역 부근 S병원 부지도 10층짜리 건물을 짓기 위해 터 파기를 하다 말았다.
주변 상인들이 발파 소음과 분진 대책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여 지난 5월 공사를 중단했다.

토목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방치한 공사장은 비가 많이 내릴 경우 주변 지반이 무너져 내리기 쉬우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전주시 관계자는 "방치된 공사현장은 울타리를 빈틈없이 치고 웅덩이를 메우게 하겠다" 며 "특히 집중호우 때는 직원을 현장에 내 보내는 등 안전관리를 철저히 하겠다" 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ds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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