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수술 했는데 또 통증 … 2㎝만 절개해 치료할 수 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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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병 환자가 두려워하는 단어는 재수술이다. 수술한 부위는 괜찮은데 주변 척추에 문제가 생겨 신경을 건드리는 척추관협착증이 생기면 재수술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허리를 절개해 척추를 고정하는 큰 수술을 두 번 받는 건 부담이다. 고령이거나 만성병이 있으면 더 그렇다. 최근 간단하게 재발한 척추관협착증을 치료하는 수술법이 소개됐다. 약 2㎝만 절개해 원인만 제거하는 ‘미세감압술’이다.

수술 후 환자의 15~40% 협착증 생겨

대부분 척추질환은 퇴행성 질환이다. 척추가 늙어 발생한다. 체내 수분량이 점차 줄어 척추디스크(추간판)의 탄력이 떨어지면 척추디스크(추간판 탈출증)가 생긴다. 척추를 잡아주는 주변 인대와 근육이 약해져도 문제가 나타난다. 차곡차곡 블록처럼 균형 있게 쌓여 있어야 할 척추가 흔들린다. 척추 불안정증이다. 척추뼈가 앞쪽(배 쪽)으로 쓰러지는 척추전방전위증도 퇴행성 척추질환 중 하나다.

 척추디스크는 대부분 자연 치유된다. 하지만 척추 불안정증과 척추전방전위증을 방치하면 추가적인 문제를 일으킨다. 흔들거리고 쓰러지는 척추를 잡으려는 신체의 보상작용으로 인대가 두꺼워진다. 매끈해야 할 척추도 덧자라서 울퉁불퉁해진다. 결국 인대와 척추뼈가 뇌에서 내려온 신경다발인 척추관을 누른다. 척추관협착증이다.

 척추관협착증의 증상은 주로 다리에 나타난다. 저리거나 당기고 통증이 있어 보행이 힘들다. 술에 취한 사람처럼 걸어 뇌졸중처럼 보인다. 눌린 척추관을 오래 두면 척추신경이 영구적으로 손상돼 하지마비나 대소변 장애가 발생한다.

 제일정형외과병원 신규철 병원장은 “척추관협착증은 척추유합술이라는 척추수술을 받은 후에도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척추유합술은 흔들리거나 쓰러지는 척추뼈 여러 개를 스크루(나사)를 이용해 통으로 고정하는 방법이다.

 신 병원장은 “통으로 고정한 척추는 괜찮은데, 근접한 위아래 척추 운동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흔들리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척추유합술 후 15~40%의 환자가 척추관협착증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런 척추관협착증 환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제일정형외과병원이 지난해 병원을 찾은 환자를 분석한 결과, 척추관협착증으로 수술 받은 환자가 405명 중 21명, 올 상반기에는 212명 중 19명이 과거 척추유합술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절개한 뒤 인대·척추뼈 다듬어 압력 낮추면 끝

척추유압술 후 척추관협착증이 발생하면 재수술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고정한 스크루를 다 풀고 수술 범위를 확장해 다시 유합술을 했다. 하지만 절개부위가 더 커지고 전신마취를 해야 하므로 고령자나 만성병이 있는 사람은 수술을 주저했다.

 최근 환자 부담을 줄인 미세감압술로 척추관협착증을 치료하고 있다. 수술법은 간단하다. 척추관협착증이 있는 부위에 부분 마취한 후 약 2㎝를 절개한다. 척추관을 누르고 있는 인대와 척추뼈를 다듬어 척추관에 가해지는 압력을 낮춘다.

 신규철 병원장은 “미세 현미경으로 수술 부위를 5배 확대해 보면서 수술한다”며 “수술시간이 30분~1시간 정도로 짧다. 수술 후 통증이 적고 일상 복귀도 빠르다”고 설명했다.

 척추관협착증을 예방하려면 자세가 중요하다. 신 병원장은 “평소 허리를 굽히는 구부정한 자세는 피하고 하루에 10분씩 5~6번은 허리를 펴는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운하 기자

척추관협착증 의심 증상 ※자료: 제일정형외과

● 허리를 앞으로 구부리면 편하고 펴면 아프다
● 눕거나 앉았다 일어날 때 허리 통증 때문에 한동안 못 움직인다
● 걸으면 다리에 힘이 빠져 구름 위를 걷는 것 같다
● 발바닥이 시리거나 무감각해 땅을 밟고 걷기 힘들다
● 다리가 저려 걸었다 쉬었다를 반복한다
● 엉치뼈가 빠질 듯 아프다
● 소변을 봐도 시원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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