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딕 워킹, 스틱으로 찍으며 걷기 … 상체 많이 써 운동효과 그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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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딕 워킹 전문가 김경태 교수(고려대학교 사회체육학과·사진 중앙)와 회원 20여명이 남산 순환로 북측 산책길을 걷고 있다. 매주 월요일 오후 7시 남산에서 열리는 노르딕 워킹 무료 교육에는 10대 학생부터 70대 노인, 40~50대 직장인, 주부 등이 참여한다. [강정현 기자]

14일 오후 7시 서울 용산구 남산 순환로 북측 산책길. 양손에 저마다 스틱(폴)을 든 20여명의 사람이 나타났다. 이들은 스틱을 땅에 찍은 뒤 뒤로 밀면서 팔을 완전히 펴는 동작을 반복했다. 그렇게 걷다가 슬슬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이들의 움직임은 스키를 타는 것 같았다. 이들은 노르딕워킹 동호회원들이다. 노르딕워킹은 스틱을 이용해 걷는 것으로, 핀란드 스키 선수들이 여름에도 몸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개발한 운동법이다. 이들은 남산 국립극장에서 출발해 남산 북측 순환로 6㎞를 1시간 30분 동안 걸었다.

노르딕 워킹 강사인 고려대 체육교육학과 김경태(40·서울시 노원구) 교수는 “걷기 전문가로 다양한 걷기를 시도해봤지만 노르딕 워킹은 그 가운데서도 가장 운동 효과가 크고 안전한 스포츠”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관절과 무릎에 무리를 별로 주지 않아 노인들이 해도 안전한 스포츠”라며 “스위스 등에선 실버 스포츠로 각광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가방 속에 스틱을 넣고 다니며 평지건 산이건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이 노르딕 워킹이다.

걷기 1시간 280㎉ 소모 … 노르딕 워킹은 400㎉

4년 전부터 노르딕 워킹을 즐겨 온 김수한(54·서울 용산구)씨는 폴을 찍으며 6㎞/h의 빠른 속도(속보)로 성큼성큼 걸었다. 보통 사람들이 1시간에 4㎞를 걷는데 비하면 이들의 속도는 꽤 빠른 편이다. 김씨는 “스틱을 잡은 손을 걸음 동작에 맞춰 자연스럽게 움직이다 보니 손이 앞으로 나올 때 스틱을 앞쪽으로 찍어주고 발이 전진하는 동시에 팔을 뒤쪽으로 빼준다”고 설명했다. 리듬을 타며 걷다 보니 저절로 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이 때문에 노르딕 워킹은 일반 워킹에 비해 운동 효과가 크다. 김 교수는 “일반 워킹은 주로 발만 움직이게 되지만 노르딕 워킹은 스틱을 사용해 달리기를 할 때처럼 상·하체를 적극적으로 움직여 한 시간에 약 400㎉를 소모한다”고 설명했다. 일반 워킹이 1시간에 280㎉를 소모하는 것에 비해 운동효과가 월등히 높은 셈이다. 심장박동수도 5~17회가량 늘어난다. 김 교수는 “다이어트 운동으로도 권할 만하다”고 말했다.

 운동 효과가 높지만 젊은 사람뿐 아니라 노인에게도 권할 만한 ‘실버 스포츠’다. 김 교수는 “일반 워킹이나 달리기·등산은 체중이 관절에 실리지만 노르딕 워킹은 스틱이 몸의 무게중심 아래에서 움직여 체중이 분산돼 관절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젊은 시절 마라톤에 푹 빠져 살았던 염장렬(남·57·서울 강동구)씨는 “젊었을 때는 마라톤을 즐겼는데 나이를 먹고 나니 마라톤을 하고 나면 무릎·발뒤꿈치 관절 여기저기가 쑤실 때가 많았다”며 “노르딕 워킹은 몇 시간씩 해도 관절에 무리가 없어 아내와 아들까지 설득해 주 2회 이상 한다”고 말했다. 일반 워킹보다 역동적이면서 마라톤이나 달리기의 부담을 줄인 스포츠인 셈이다.

바른 자세로 균형잡힌 몸 만들어

2년간 노르딕 워킹을 즐겨 온 오광희(58·경기도 고양시)씨는 가방 속에 접이식 스틱을 넣고 일반 도로에서도 스틱을 꺼내 노르딕 워킹을 즐긴다. 노르딕 워킹이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탓에 주변 사람들이 “젊은 사람이 벌써 지팡이를 들고 걷느냐”고 묻곤 한다. 오씨가 평상시에도 무리해서 노르딕 워킹을 하는 이유는 이 운동으로 몸의 균형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5년 전만 해도 오씨의 걸음걸이는 이상했다. 허리부터 하체로 이어지는 부위가 삐뚤어져 걸을 때마다 다리를 다친 사람처럼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럽고, 바지가 돌아가기 일쑤였다. 어느 날엔 목욕탕 전신거울 앞에 삐뚤어진 몸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여자가 자신임을 알고 놀라기도 했다. 하지만 노르딕 워킹을 시작한 후 현재 오씨의 몸은 균형을 되찾았다. 한국노르딕워킹협회 박상신 회장(코치)은 “정면을 바라보며 상·하체를 고르게 사용하는 노르딕 워킹 자세가 척추기립근과 광배근 등을 발달시켜 척추를 바르게 펴게 하고 자세를 교정한다”고 설명했다. 오십견이 온 사람이나 무리하게 골프·마라톤 같은 운동을 해서 허리가 좋지 않은 사람이라면 노르딕 워킹을 권할 만하다. 평상시 구부정한 자세에 익숙했던 수험생이나 직장인에게도 적합하다.

스틱의 길이는 배꼽 위치가 적당

노르딕 워킹을 하려면 노르딕 워킹 스틱이 필수품이다. 김 교수는 “손목 부위를 감싸는 부위가 일반 스틱과는 다른 노르딕 워킹 전용 스틱을 사용하는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접이식 스틱도 있지만 땅의 충격을 흡수하는 데는 접이식보다는 일자형 스틱이 더 효과적이다. 스틱의 길이는 자신의 키에 0.68을 곱해 결정한다. 예컨대 170㎝의 키라면 115㎝ 길이의 스틱이 적당하다. 보통 배꼽 정도까지 오는 스틱을 선택하면 된다. 스틱이 너무 길면 팔을 쭉 뻗지 못하고 굽히게 돼 어깨가 올라가고 자세가 흐트러져 운동 효과가 떨어진다. 스틱의 가격은 12만~18만원 선이다.

 노르딕 워킹은 바른 자세로 걷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기본 동작을 배워 시작하는 게 좋다. 매주 월요일 오후 7시에 남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앞에서 노르딕 워킹 무료 교육이 진행된다(세 번째 월요일은 여의도 둘레길). 김경태 걷기연구소 김경태 교수와 헬스케어 전문업체 와우월드가 공동으로 진행한다. 참가 신청은 네이버 카페에 ‘노르딕월드’를 검색하거나 와우월드(02-6925-2035)로 문의하면 된다. 스틱은 무료로 대여 가능하다.

글=장치선 기자, 김슬기 인턴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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