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죽박죽 집값 전망 누가 맞을까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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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한기자] 이른바 ‘전망’의 계절이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각 영역에서 새해 전망을 내놓기 바쁘다. 부동산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내년 시장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LG경제연구원, 현대경제연구소, 건설산업연구원, 주택산업연구원 등이 부동산 전망을 내놨고 부동산 정보업체나 전문가들도 각종 세미나를 열어 내년 시장을 전망하고 있다.

침체 전망 대세

올해 부동산 전망도 지난해처럼 엇갈린다. 대체로 ‘침체가 계속될 것’이란 시각이 대세인 가운데, 주택산업연구원과 건설산업전략연구소는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침체될 것이란 전망을 하는 쪽은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한 부담감이 계속되는 가운데 경제성장률은 축소되고 매매심리가 위축되는 것을 이유로 꼽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가계대출 규제강화, 미분양 적체 등으로 내년 주택 시장 규모가 9.3%나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전반적으로 주택시장의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은 내년 주택시장이 대체적으로 뚜렷한 회복을 기대하긴 어렵고 거래량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지루한 보합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반등할 것으로 보는 쪽은 전세난 등으로 매매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한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이미 올해 초부터 전국이 상승세에 접어들었으며, 수도권은 내년 초 바닥을 찍고 하반기엔 상승세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도 주택산업연구원과 마찬가지로 내년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적으로 전망을 달리하는 곳도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수도권은 올해와 비슷한 보합세를 보이고 지방은 소폭 오르지만 상승세는 둔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전망, 삼성경제연구소 ‘딱 맞았네!’

지난해도 이처럼 주택시장 전망이 엇갈렸다. 작년 말 주택시장 침체가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경제연구소는 ‘부동산시장의 대세하락 가능성은 없다’고 예상했다. 대신 “집값이 소폭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건설산업연구원은 “2011년 집값이 1~2% 상승세로 전환하고 전셋값은 3~4%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들은 입주물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전셋값이 뛸 수밖에 없고, 1~2인가구 수요가 늘어나는 등으로 새로운 수요가 생기면서 시장이 어느 정도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반면, 당시 현대경제연구원은 주택시장 침체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체감경기 악화와 가계부채 문제 등으로 수요가 늘어나긴 어려워 아파트 시장은 침체상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봤다. “전셋값 상승이 빠른 시일 내에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도 어렵다”고 진단했다.

1년이 지난 지금 ‘반등’을 전망한 쪽이 맞은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전국 기준으로 올 10월까지 집값은 6.3% 올랐다. 지난해 1.5%, 2010년 1.9% 올라 물가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한 집값 상승폭이 크게 뛴 셈이다.

수도권만 놓고 따져도 그렇다. 2010년 한해 동안 수도권 집값은 1.7% 떨어졌지만, 2011년엔 10월까지 0.7% 올랐다. 결과적으로 반등에 성공한 셈이다.

부동산에 순환변동? ‘글쎄!’

그렇다면 내년 전망은 어떨까. 누구도 어느쪽이 맞을 지 장담하긴 어렵다.

다만 삼성경제연구소를 포함한 대부분이 내년 주택시장이 침체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는 가운데 내년 집값이 뛸 것으로 예상한 주택산업연구원과 건설산업전략연구원은 좀 독특한 방식으로 시장을 전망해 눈길을 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국민은행이 작성해온 시세 자료를 바탕으로 ‘주택매매가격지수 순환변동’ 방식으로 적용했다. ‘순환변동’은 중장기적으로 시세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하락 또는 상승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집값은 현재 하락을 지나 상승세로 전환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내년에 반등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는 ‘허니콤 사이클(Honeycomb Cycle.벌집모형)’을 주택시장 전망에 적용한다. 이는 주택시장이 회복기-활황기-침체 진입기-침체기-불황기-회복진입기 등 6단계로 순환한다는 이론이다.

이런 순환변동 이론은 주식시장이나 거시 경제를 전망할 때 자주 쓰인다. 기본적으로 지표에 모든 것이 담겼다는 믿음에 기초한다. 매 시기마다 언제나 다양한 이슈가 있었지만 일정한 순환을 그리며 시장이 움직여 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한양대 국제대학원 전영수 연구교수는 “주식시장에서 자주 사용하는 기술적 분석과 비슷하다”며 “과거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미래를 전망하는 기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전망은 정부의 정책변화, 글로벌 금융위기, 천재지변 등 갑작스런 이벤트가 생길 경우 무용지물이 되기 십상이다. 과거의 데이터를 기초로 미래를 전망하기 때문에 갑작스런 변화가 생길 경우 크게 틀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정부 정책에 크게 좌우되는 주택시장의 경우엔 정부가 정책 하나를 새로 추진하는 데 따른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이런 방식이 유용할 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집값 통계 등 주택시장에 기초적인 통계 자체가 부실하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순환변동 모형을 만들었을 때 얼마나 유용할지 따져봐야 한다”면서 “하나의 방법론으로 보고 참고하는 정도로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지역별, 종목별로 구체적 근거를 살펴야

전문가들은 부동산 전망도 다양한 방법론과 이에따른 정반대의 결론이 나올 수 있으므로 한쪽 의견을 전적으로 믿어선 안된다고 조언한다.

또 세부적인 수치에 연연할 필요도 없다고 말한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금리나 국내 경제 전망 등 변수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전망 보다는 근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집값 회복을 예상하는 쪽은 입주량 등 수급동향에 더 주의하고, 집값 하락을 예상하는 곳에서는 거시경제 상황이나, 가계 대출 부실화 등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근거는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꼼꼼이 비교하고 스스로 필요에 따라 종합할 필요가 있다.

유앤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올해 주택시장에서 중대형은 침체였지만 소형은 활기를 띠었고, 주거용은 부진했지만 수익형 시장은 활기를 띠었다”며 “앞으로 부동산 시장은 지역별, 금액별, 종목별로 전망이 엇갈릴 수밖에 없으므로 세분화해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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