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체 작지만 단단, 배기량 작지만 쌩쌩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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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호 22면

지난달 26일, 폴크스바겐이 이탈리아 로마에서 ‘업(UP)!’ 국제 시승회를 열었다. 업은 이 회사의 새 소형차다. 너비만 40㎜ 넘칠 뿐 나머지 조건은 국내 경차 기준과 오롯이 겹친다. 도어는 두 개, 승차정원은 네 명이다. 해치도어는 볼보 C30처럼 유리로 씌웠다. 일단 쿠페만 나왔지만 조만간 5도어 해치백과 크로스오버 카로 가지치기할 예정이다.

소형차 왕국 폴크스바겐이 만든 첫 경차 ‘업(UP)!’

시승에 앞서 로마 시내의 고급 쇼핑몰 ‘화이트 갤러리’에서 프레젠테이션이 열렸다. 발표를 맡은 마케팅 총괄 크리스티안 아델트는 “양은 적지만 진한 에스프레소 같은 차”라고 강조했다. 세컨드카가 아닌 메인카를 지향한다는 자신감이다. 그의 말처럼 업에는 트랙터부터 수퍼카까지 아우른 폴크스바겐 그룹의 최신 기술이 집약되었다. 예를 들어 차체의 56.5%를 고장력 및 초고장력 강판으로 짜서 무게가 1t을 넘지 않는다. 하지만 비틀림 강성은 볼보 S80보다 높다. 업의 덩치는 길이 3.54m, 너비 1.64m로 아담하다. 하지만 키 1m80㎝ 이상의 운전자가 편하게 쓸 수 있는 공간을 챙겼다. 짐 공간 역시 기대 이상으로 넉넉하다. 251L를 기본으로 뒷좌석을 접으면 951L까지 늘릴 수 있다.

업의 목표 고객은 극단적으로 나뉜다. 20대와 50대 이상을 동시에 겨냥한다. 두 세대 모두 차에 자녀를 태울 필요가 없다. 또한 20대는 운전경험이 적고 50대는 운동신경이 떨어진다. 따라서 자동긴급제동 기능을 마련했다. 시속 30㎞ 이하에서 레이저 센서가 추돌 위험을 감지했는데 운전자가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스스로 급제동을 건다. 아울러 두 연령층은 도심생활을 선호한다. 그래서 탈착식 내비게이션을 달았다. 차에서 내릴 땐 간단히 떼서 휴대할 수 있다. 도난 위험도 덜 수 있고, ‘뚜벅이 모드’로 길 찾는 데 요긴하게 쓸 수 있다.

업의 엔진은 직렬 3기통 1.0L 자연흡기가 기본이다. 출력에 따라 60마력과 75마력 두 가지로 나눴다. 68마력짜리 천연가스(CNG) 엔진도 준비했다. 연비는 엔진에 따라 21.2~23.8㎞/L, CO₂ 배출량은 79~108g/㎞다. 독일 내 판매가격은 60마력짜리 기본형 기준 950유로다. 1500만원 정도 하는 셈이다. 2013년엔 전기차 ‘e-업!’도 출시한다.

시승에 나선 업은 75마력 엔진과 빵빵한 옵션이 어울린 최고급 버전이다. 앙증맞은 차체와 16인치 합금 휠의 조합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실내엔 필요한 것만 추려 담았다. 차에 탄 뒤 몇 분 후면 모든 기능을 파악할 수 있다. 실내는 기대 이상으로 널찍하다. 라인업의 막내지만 감성품질은 윗급 누구도 부럽지 않다. 변속기는 수동 5단이다. 곧 자동변속기도 추가된다. 로마 시내로 나섰다. 업은 군살 쫙 뺀 덩치로 거미줄처럼 얽힌 골목을 거침없이 누볐다. 스쿠터 몇 대쯤 끼고 도는 코너에서도 여유만만이었다. 시내를 벗어나 근교 해안으로 달렸다. 가속이 제법 맹렬하다. 2단으로 시속 90㎞, 3단으로 시속 135㎞까지 소화한다. 게다가 3기통 엔진인데 제법 근사하게 울부짖는다. 그래서 고회전으로 달리는 게 부담스럽지 않다.

국산 경차와 업의 가장 큰 차이는 고속주행 성능이다. 시속 140㎞ 이상에서도 침착하고 차분하다. 부피만 줄인 골프를 모는 기분이다. 품질을 향한 폴크스바겐의 집착은 병적이다. 프레스로 찍은 차체와 도어를 다시 레이저로 스캔해 가장 잘 맞는 짝을 찾을 정도다. 이처럼 유별난 품질 욕심은 업에도 고스란히 스며들었다. 그 결과 작지만 어디서든 떳떳할 수 있는 명품 경차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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