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캘리포니아, 살 만한 집이 없다

미주중앙

입력

지금 남가주 지역의 주택시장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바이어를 찾는 재고물량은 감소하고 에스크로 기간이 비교적 오래 소요되는 숏세일과 차압주택만이 새 주인을 찾고 있다. 

MLS(Multiple Listing Service)자료에 따르면 남가주 지역의 재고물량은 지난해보다 평균 10~30%가 줄었다.

또한 숏세일이나 차압 등 비정상적인 매물은 늘어나면서 빨리 입주를 원하는 바이어들은 정상적인 주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실태 분석

한국에서 주택구입자금 50만달러를 갖고 온 이모씨는 요즘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집값이 떨어졌고 이자율도 내려가고 가격에 따라 현금으로 구입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는데 마땅히 살 말한 집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매주 에이전트가 소개해주는 주택을 보러 다니지만 마음에 쏙 드는 집은 찾지 못하고 있다. 이씨는 "아파트 리스기간 만료가 가까워지고 있는데 집을 사지 못해 가슴만 답답하다"고 하소연이다. 요즘 주택 시장은 리스팅 감소로 바이어들의 선택의 폭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정상적인 매물 감소

주택재고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셀러가 줄었기 때문이다. 단순하면서도 가장 정확한 대답이다.

셀러 감소는 이자율 하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2000년대 후반에 3년이나 5년고정으로 주택을 구입한 홈오너들은 올해부터 재융자를 하고 있다. 그러나 떨어진 주택가격과 소득감소 등의 이유로 재융자를 못하는 홈오너들은 자동적으로 1년변동 프로그램으로 가고 있다. 최근의 변동이자율은 역사상 최저치라는 2%후반대로 떨어지면서 모기지 페이먼트는 크게 줄었다.

6%에 5년고정프로그램을 갖고 있던 홈오너들은 변동으로 바뀌면서 모기지 페이먼트가 500달러~1000달러가 감소했다.

융자금 50만달러에 6%이자만 내는 경우라면 한달 페이먼트는 2500달러다. 만약 이자율이 3%로 떨어지면 한달 페이먼트는 원금을 포함해도 2108달러로 줄어든다.

만약 5년 고정후 다시 이자만 내는 변동프로그램으로 간다면 융자금 50만달러에 대해 월 페이먼트는 1250달러로 크게 떨어진다. 6%에 비해 페이먼트가 절반으로 감소했다.

홈오너가 재정적으로 힘들어도 모기지 페이먼트 감소로 집 매각을 중단하고 그냥 사는 경우가 많아졌다.

세리토스에 거주하는 장모씨는 "올 해 초만해도 가계수입이 줄어들어 집을 팔려고 했으나 지난달부터 변동으로 이자율을 갈아타면서 집 파는 것을 그만뒀다"고 말했다.

장씨는 "지금 내는 모기지 페이먼트가 주변의 렌트비보다 싸기 때문에 무리하게 집을 팔 생각을 접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경제적으로 문제가 없는 홈오너들도 지금 싸게 파는 것보다 나중에 제값을 받고 팔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숏세일 비중 늘어

리맥스 메가 부동산의 제니 유씨는 "LA와 가까운 어떤 지역의 MLS를 보면 콘도와 타운 하우스 매물이 20여개 나와있는데 이들이 모두 숏세일들 이어서 가격은 싸지만 1~2달내 이사를 원하는 바이어에게는 맞지 않는다"고 전했다.

유씨는 "정상적인 매물이 없다 보니 급하게 집을 사려는 바이어들은 오퍼 한 장 써보지 못하고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현상은 남가주 지역의 모든 도시에서 벌어지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1년전만해도 정상적인 매물과 숏세일 등 비정상적인 매물이 골고루 섞여있었지만 지금은 정상적인 주택은 많이 감소하고 있다. 재정적으로 힘든 홈 오너들이 조금만 더 참아보자는 생각으로 매각을 늦추고 있어 바이어들은 원하는 주택을 고르기가 더 힘들어지고 있다.

콜드웰 뱅커의 전홍철 에이전트는 "집값이 떨어지면 마켓에 나오는 공급물량이 증가하기 마련인데 최근의 주택시장은 반대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풍요 속의 빈곤과도 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원득 부동산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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