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 쓰시마 뱃길 손님잡기 ‘삼국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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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등산광인 조호국(55·부산시 중구 중앙동)씨는 지난 12일 주말을 맞아 일본 나가사키(長崎)현 쓰시마(對馬)시를 다녀왔다. 오전 8시20분 부산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여객선 코비호를 타고 출발해 1시간45분 만인 오전 10시5분쯤 쓰시마 이즈하라(嚴原)항에 도착했다. 조씨는 해발 558m인 아리아케(有明)산을 등반한 뒤 오후 3시40분 이즈하라항을 떠나 오후 5시30분쯤 부산으로 돌아왔다. 쓰시마 여행 경비로 50% 할인된 왕복 뱃삯 8만5000원밖에 들지 않았다. 점심은 집에서 싸온 김밥으로 해결했다.

 조씨는 “외국의 산을 당일치기로 다녀왔다는 게 신기하다. 면세품을 싸게 구입했기 때문에 사실상 공짜 해외여행을 다녀왔다”고 말했다. 그는 출발 하루 전 롯데백화점 면세점에서 아내의 화장품 40만원어치를 구입해 돌아왔다. 화장품을 면세점에서 시중 가격보다 20%쯤 싸게 구입했으니 뱃삯과 비슷한 8만원 정도 이득을 본 것이다.

 부산∼쓰시마 항로의 국제 여객선이 늘면서 요금 할인과 서비스 경쟁이 치열하다. 부산∼쓰시마 항로를 오가는 선사들은 지난달부터 왕복 요금을 15만∼17만원에서 50% 할인하고 있다.

 이렇게 뱃삯이 내려가자 조씨처럼 당일치기로 쓰시마를 다녀오는 사람이 늘고 있다. 면세품을 구입해 여객선 요금을 뽑는 승객도 많다. 이 항로는 ㈜대아고속해운이 1997년부터 독점 취항을 했다. 이 회사는 드림 플라워호와 씨 플라워호 2척을 투입해 주 5회(화요일 제외) 운항하고 있다. 그러나 승객이 늘어나면서 부산∼후쿠오카 항로에 다니던 ㈜미래고속이 지난달 1일부터 쾌속선 비틀호를, ㈜JR큐슈고속이 지난달 28일부터 코비호를 투입했다. 코비호는 수요일을 제외한 매일 1회 부산∼쓰시마 이즈하라항을 왕복한다. 비틀호는 평일에는 매일 1회 부산∼쓰시마 히타카쓰항을 왕복 운항하고 주말에는 매일 2회 왕복한다.

 경쟁하다 보니 요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아고속해운과 미래고속은 부산∼쓰시마 항로의 뱃삯을 50% 할인해주고 있다. 미래고속은 쓰시마를 다녀온 승객이 내년 2월 말까지 부산∼후쿠오카 표를 구입할 경우 50% 추가 할인한다. JR큐슈고속도 부산∼쓰시마를 다녀온 승객이 부산∼후쿠오카 배편을 이용하거나, 부산∼후쿠오카 승객이 부산∼쓰시마를 다녀올 경우 요금을 50% 깎아준다. 쓰시마를 찾는 한국 관광객은 2004년까지 연평균 6만 명을 유지하다가 2008년 15만 명까지 늘었다. 그러나 엔화 강세의 영향으로 줄기 시작해 지금은 10만 명 선이다.

부산=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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