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view &] 여성 임원 많을수록 주가도 높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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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매튜 디킨
한국HSBC은행장

우리 모두는 어떤 믿음이나 신념을 가지고 일을 한다. 다만 문제라고 한다면 우리 모두 무의식적인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자신과 사회적 정체성이 비슷한 사람들과 더 쉽게 친해지고, 자신과 ‘다르다’고 생각되는 이들에 대해서는 반대의 편견을 갖게 된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자신과 ‘같은 부류’의 사람을 어떻게 알아볼까. 국적·성별·나이·종교나 장애 여부와 같은 요소들이 서로 같거나 다른 점을 구분하는 데 작용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은 아니다.

 편견은 회사에서 일을 하는 데도 영향을 미친다. 누구와 함께 일을 할지, 어떻게 소통을 할지, 누구를 고용하거나 승진시킬지를 결정할 때 알게 모르게 작용하는 것이다. 또 편견은 작은 불평등을 낳거나 쉽게 포착하기 힘든 여러 관행이나 결정의 원인이 되곤 한다. 이런 게 오랫동안 쌓이면 특정 집단을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한국에서 가장 큰 편견 중 하나는 바로 여성에 대한 편견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기업에서 여성들이 과소평가되는 경우가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근로자 500명 이상 사업장에서 여성의 비율은 34.8%에 불과했다. 여성 임원의 비율은 그보다 더 낮은 16.1% 였다. 실제로 필자가 직접 만났던 고객이나 은행의 고위 임원들은 거의 대부분 남자였다.

 이 같은 현상이 물론 여성의 능력이 남성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골프 채널을 보면 한국 여성 골퍼들이 얼마나 선전하고 있는지, 남성 골퍼들에 비해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필자 역시 매우 뛰어난 역량을 가진 여성 직원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이 속한 은행이 좋은 성과를 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은행이 가진 최고의 비밀 병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HSBC은행의 여성 직원 비율은 약 65%다. 또한 여성 직원들이 고위직으로 진급할 수 있는 통로가 언제나 열려 있다. 이미 최고 경영진 중 40%를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정보기술(IT) 및 운영, 리스크, 무역금융, 인사 등 핵심적인 부서의 대표는 모두 여성이 맡고 있다.

여성 직원이 훌륭한 자원이라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반박하기 어렵다. 물론 여성들만의 독특한 성향도 있다. 여성은 남성들에 비해 가족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에게는 직장 생활과 개인 생활의 균형이 더 중요하다. 이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며, 기업들은 일과 개인 생활이 균형 잡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은 분명 멋진 나라지만, 이런 부분은 우리 모두를 위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편견을 인정함으로써 우리는 편견을 없애기 위한 노력에 진일보할 수 있다.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한 인식을 향상시킴으로써 우리의 태도를 바꿀 수 있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 단 몇 분이라도 혹시 우리가 가지고 있는 편견이나 선입견이 작용한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본다면 더욱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다양성과 포용성을 장려하는 기업문화를 조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포용성은 직원들에게 공정성과 평등한 환경을 보장해 주는 것과 관련돼 있다. 이런 환경 속에 있다면 직원들은 ‘차이’와 무관하게 존중받는다고 느끼고, 회사가 자기계발을 지지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회사가 자신들의 의견과 고민거리를 들어주고, 아무 편견 없이 오직 성과로만 평가한다고 확신할 수 있다. 기업은 다양한 경험과 생각을 수용함으로써 더 나은 결정을 내리게 되고, 혁신과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굴할 수 있는 역량을 향상시키게 된다.

 왜 기업들이 다양성과 포용성을 높여야 하는지 보여주는 비즈니스 사례가 있다. 맥킨지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 고위 관리자가 많은 조직일수록 더 현명한 의사 결정을 내리며 수익성 및 주가 측면에서도 훨씬 월등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또한 이 연구는 성비 혹은 인종의 다양성이 낮은 조직일수록, 다양성이 높은 조직보다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HSBC은행은 다양성과 포용성을 핵심가치로 삼고 있으며, 성공적인 미래를 위한 필수 요소라고 믿는다. HSBC은행은 2008년 글로벌 다양성 전략을 수립하고, 전 세계 직원들이 동등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너도 나도 똑같은 전략을 취할 필요는 없다. 그렇게 되면 이는 더 이상 HSBC은행만의 강점이 아니게 될 테니 말이다.

매튜 디킨 한국HSBC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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