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택 화백의 세계건축문화재 펜화 기행] 일본 규슈 구마모토성 천수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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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종이에 먹펜, 41×53㎝, 2011

자전거 여행을 하던 부부가 구마모토시 다쓰다 자연공원에 텐트를 치고 잠을 자려 했으나 이미 문을 닫은 후였습니다. 근처에 다른 문이 있기에 인터폰을 누르고 “한국에서 온 여행자인데 텐트를 칠 장소를 찾는다”고 하자 젊은 여자가 관리인의 반대를 물리치고 좋은 장소로 안내하더랍니다. 알고 보니 공원이 아닌 호소카와 전 총리의 별장이며, 젊은 여자는 ‘유코’라는 딸로 이들에게 온천에 가자고 초대까지 하였답니다.

 호소카와 모리히로 전 총리는 한반도 식민 통치에 대해 ‘참기 힘든 고통을 끼쳤다. 우리의 행위를 깊이 반성하여 마음으로 사과드린다’고 하였습니다. 일본 일왕과 총리 중 가장 깊이 있는 사과였습니다. 부인 가요코 여사는 ‘퇴계 선생을 공부하는 모임’의 회장을 하였습니다. 호소카와 전 총리는 구마모토번의 영주였던 호소카와 가문의 제18대 당주입니다.

 구마모토성은 임진왜란 때 조선을 침략하였던 가토 기요마사가 1608년 완성한 성입니다. 천수각 외에도 다섯 개의 망루가 있어 ‘난공불락의 성’이라 했습니다. 구마모토성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정권을 잡은 후 호소카와 가문의 영지가 됩니다. 성 건축의 명인 기요마사의 실력은 1877년 ‘세이난 전쟁’ 때 증명됩니다. 사쓰마군의 공격을 50일간 막아낸 것입니다.

 그러나 천수각을 비롯한 많은 건물이 전쟁 중에 불타 버립니다. 현재 천수각은 1960년에 복원한 것입니다. 일본 3대 명성입니다. 펜화는 세이난 전쟁 때 사진을 참고로 고쳐 그렸습니다.

김영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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