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49)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기부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인 15일 안철수연구소의 주가는 장이 열리기 무섭게 급등했다. 개장 5분 만에 거래제한폭(15%)까지 뛰어 올랐다. 전날보다 1만2200원(14.99%) 오른 9만3600원.
안철수연구소의 주가는 ‘정치적 몸값’이 뛴 안 원장과 함께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안 원장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불거지기 전까지 주가는 2만5000원 안팎이었다. 그러다 지난 9월 2일 언론에 출마설이 보도되자 주가는 날개를 달았다. 3만4650원(9월 1일)에서 두 번 연속 거래제한폭에 닿으며 단숨에 3만9800원(9월 2일), 4만5750원(9월 5일)으로 올랐다. 선거를 이틀 앞둔 지난달 24일에는 사상 최고치인 10만원을 기록하며 시가총액 1조원을 돌파했다. 서울시장 선거를 전후로 두 달 새 주가가 세 배로 뛴 것이다. 하지만 막상 투표일이 다가오자 4일 연속 급락하며 5만6200원으로 주저앉기도 했다. “작전세력이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안 원장은 안철수연구소 주식을 372만 주(37.1%) 갖고 있다. 14일 절반을 기부하기로 했을 때만 해도 당일 주가로 따져 1514억원 정도였다. 그러나 15일 하루에만 기부액은 227억원 늘어나 1741억원이 됐다. 주식 기부에도 불구하고 안 원장은 최대주주 자격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자사주(13.9%)를 제외하면 현재 2대 주주는 개인투자자 원종호씨다. 원씨의 지분율은 10.8%로 기부 뒤 안 원장의 지분(18.55%)에 비해서도 적다.
안 원장이 경영에 미치는 영향력도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구체적인 기부 방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현재 가장 유력한 방안은 공익재단을 설립한 뒤 여기에 주식을 기부하는 것이다. 이 경우 기부된 주식 18.55%는 안 원장에게 우호적인 지분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기존 안 원장 지분(18.55%)과 자사주(13.9%), 기부 주식(18.55%)을 합치면 절반이 넘는 51%다. 적대적 인수합병(M&A) 등을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정도다. 증권가에선 안철수연구소의 주가 변동성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강록희 대신증권 팀장은 “안 원장의 정치적 행보로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게 확인됐다”며 “이미 펀더멘털(경제여건)로 설명할 수 있는 단계를 벗어나 따로 투자의견을 제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허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