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의 새 맛, 사석원 개인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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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식성 부족은 요즘 한국화가 직면하고 있는 최대의 문제입니다. 내 작업은 현대인의 감성과 현대 건축물에 두루 어울리는 한국화에 대한 모색입니다."

서울 인사아트센터 가나아트갤러리에서 오는 16일까지 개인전을 열고 있는 사석원(40)씨의 작품은 전통 한국화와는 많이 다르다.

야수파를 연상케 하는 대담한 색채, 한국화 특유의 여백이 없이 화면을 가득 채운 기법 등이 그렇다.

물론 한국화답게 한지 위에 뻗친 수묵의 힘찬 선이 살아있다. 또한 아크릴을 썼지만 오일이 아니라 물에 갰기 때문에 번들거리지 않고 맑게 스민 느낌을 준다.

그는 "아파트와 컬러TV 시대에 전통 한국화의 무겁고 어두운 색채, 고답적인 산수는 감각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한국화가 대중에게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는 새로움을 모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애정과 유머, 그리고 생명력'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이같은 모색의 성과들을 제시하고 있다. 화려한 원색으로 꽉 채운 화면에는 부엉이·황소·수탉·당나귀·호랑이·독수리·양 등이 자리잡고 있다.

어렸을 때 본 시골 친척집의 가축이나 사냥꾼의 허리에 매달린 부엉이, 실크로드 답사여행 때 만난 소아시아 지역의 동물들이 강한 인상으로 남아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밑그림 없이 즉흥적이고 힘찬 필치로 그려나간 동물들은 민화의 주인공처럼 토속적인가 하면 때로는 서양 우화의 그것처럼 이국적인 정취를 띠기도 한다.

관객은 그림을 보면서 전래동화나 서양 우화 속에 있는 이야기의 나라, 어린 시절의 낙원에 가까이 온 듯한 평화로움을 느끼게 된다. 그림마다 붙어있는 작가노트도 재미있다.

"몇해 전 이란의 어느 사막에서 검정 당나귀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척박한 땅에서 힘들고 지친 여정 중에 이슬람 사원을 배경으로 만난 당나귀는 한컵의 시원한 맥주처럼 반가웠습니다. 당나귀의 모습은 말보다 훨씬 작고 두 귀는 쫑긋해 어른이 된 토끼의 모습입니다. 올빼미와 더불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물입니다." (당나귀 블루스)

"유년 시절 들녘에서 만난 사냥꾼이 허리춤에 차고있던, 잊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모습의 흰새를 저는 올빼미라고 믿어왔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새가 세상에서 본 어느 새보다 아름답다는 것입니다. 저는 말하고싶습니다. 올빼미의 아름다움에 관해서. 올빼미의 세계와 신화에 관해서…" (올빼미를 좋아하십니까?)

"큰 눈망울, 순둥이, 뚝심, 근면, 순종, 향수, 음메소리….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소입니다. 그런데 소는 왜 큰 뿔을 달고 있을까요?" (소)

작가는 동국대와 동대학원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8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마쳤으며 83년 전국대학미전 금상, 84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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