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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산업과학고 창의성 계발 수업 현장

중앙일보

입력

미래산업과학고 발명교실 학생들이 지난 1일 로봇작동법에 대한 수업을 듣고 있다. 미래산업과학고 발명교실에선 전공분야를 불문하고, 기계원리부터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발명에 필요한 다양한 내용들을 배운다.

“시각장애가 있는 친구 아버지의 교통사고소식을 듣고, 아이디어를 떠올렸어요.” 이정석(서울 미래산업과학고 2)군이 코일과 전자석의 원리를 활용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전자석 지팡이를 만들기 시작한 이유다. 이군은 “제작이 쉬우면서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불편을 줄여줄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공작부품과 일반 쓰레기를 구분시켜 주는 쓰레받기를 영구자석의 원리를 이용해 만든 이병준(1학년)군의 아이디어도 발명수업 후 바닥청소를 할 때 겪은 불편에서 출발했다. 이군은 “수업시간에 볼트와 너트를 이용해 제품 조립을 자주 하는데, 부품들의 크기가 작아 수거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군은 “일상에서 느끼는 애로사항들이 발명의 시발점이 되곤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이달 초부터 진행하는 창의적 발명영재 산출물대회에 출전한 학생들의 작품설명에는 특별한 아이디어보다 일상에서의 불편을 해소하려는 고민이 담겨 있었다.

올해 초 전국 최초로 발명특허 특성화 학교로 지정된 미래산업과학고(서울 노원구)는 일반 인문계고와 달리, 교과 위주의 수업이 아닌 학생들의 창의력 계발을 위한 수업을 주요 커리큘럼으로 하고 있다. 특히 올해 3월부터 개설된 발명교실은 교내 학생들과 서울 지역에서 선발된 초·중생 과학영재들을 대상으로 매주 발명수업을 진행한다. 발명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던 학생들은 브레인스토밍과 역할토론을 통해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아이디어 창출 후에는 기계 원리를 익히며 실제 제품을 만들어보기도 했다. 발명교실 신재경 지도교사는 “모든 학생에게는 창의적 능력이 있다”면서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가진 창의성을 스스로 발견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우리 학교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친구들과 의견 나누며 새로운 아이디어 떠올려

지난 1일 오후 발명교실에선 로봇작동법 수업이 한창이었다. 하얀 가운을 입은 학생들이 적외선 신호를 기기에 보내 음악을 재생하기도 하고 명령값을 달리 입력해 다양한 움직임을 만들어냈다. 로봇을 전공하지 않은 학생들에겐 다소 어려운 내용들이었지만 학생들은 담당교사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시행착오를 겪으며 작동원리를 터득해 나갔다. 이민승(3학년)군은 “방과후 수업이라 지치기도 하지만 새로운 과학원리를 배울 때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말했다. 발명교실에는 교내에서 선발된 9명의 학생들이 매주 수요일 3시간씩 발명수업을 받고있다.

박민우(3학년)군은 “실습에 앞서 친구들 앞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시제품 제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고 말했다. 박군은 “내가 생각해낸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친구들과 의견을 나누며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고민했다”면서 “다른 친구들의 새로운 시각이 아이디어 창출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특히 매 시간마다 특정 주제에 대해 아이디어 창출, 비판, 해결방안 제시 등 역할을 바꿔가며 해온 토론수업은 이군의 창의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발명에 관심 가지면서 메모 습관 생겨

발명교실에선 전공분야를 따로 나누지 않고 기계원리부터 디자인 수업에 이르기까지 발명에 필요한 모든 내용을 배운다. 유소영(3학년)양은 “아이디어 도출부터 발명품을 완성할 때까지 이론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를 배울 수 있어, 전문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내년부터는 기존의 과를 통합해 발명창작과, 발명특허과, 생활디자인학과를 신설하고 기존 발명교실의 수업방식을 모든 수업에 적용해 본격적인 융합교육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러한 융합적 교육방식은 이 학교 학생들이 각종 발명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서 빛을 발했다. 올해 대한민국 발명전시회에서 은상을 수상한 유소영양은 분리수거를 할때 쓰레기 양에 따라 공간을 유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분리수거통을 만들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손으로 물건을 조립하고 만드는데 재능이 있었던 유양은 일찍이 진로를 정하고 특성화고에 진학했다. 유양은 “이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실습을 해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 적이었다”고 말했다. 유양은 “기존에 나와 있는 제품들에서 단점을 찾아내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찾다 보면 자연스레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발명교실 학생들은 창의적인 발명은 다양한 경험과 관찰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민우군은 “발명하는 사람들은 늘 종이와 펜을 들고 다녀야 한다”고 말했다. 발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박군은 메모하는 습관이 생겼다. 거리를 걷다가도 불편한 일을 겪거나 사례를 발견하면 그 자리에서 수첩에 기록한다. 박군은 “불편함은 일상에서 나온다”면서 “실제 거리로 나가 보고 들으며 배우는 것이 창의력을 키우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유양도 “뉴스나 신문을 보면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기울인다”며 “사고소식을 듣고 나면 사고가 일어난 원인을 분석하고,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어떤 개선 노력이 필요할까를 늘 고민한다”고 귀띔했다. 신 교사도 “아이디어는 다양한 경험과 사회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으로부터 나온다”면서 “평소 신문이나 책을 꾸준히 읽으며 간접 경험을 쌓다 보면, 대한민국의 스티브 잡스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joongang.co.kr 사진="김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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