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ro 2000] 프랑스, 벼랑에서 탈출 정상 정복

중앙일보

입력

98 월드컵 챔피언 프랑스가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트레제게의 결승골로 이탈리아를 2-1로 누르고 새 천년 첫번째 유럽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다.

프랑스는 3일 오전 3시(한국시간) 네덜란드 로테르담 데 퀴프 경기장에서 열린 제11회 유럽축구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이탈리아의 델베키오에게 선제골을 내줬으나 경기 종료 직전 윌토르가 강력한 왼발 슛을 성공시켜 위기에서 벗어난 후, 연장 전반 13분 역시 교체 투입된 트레제게의 발리슛으로 이탈리아에 2-1로 승리했다.

경기 종료 직전까지만 해도 이탈리아의 우승이 거의 확정적이었다. 네덜란드전에서 일방적으로 수세에 몰렸던 이탈리아는 예상을 뒤엎고 경기 초반부터 거센 공격을 펼치며 프랑스를 위협했다. 전문가들로 부터 우승 확률이 가장 높은 팀으로 평가받은 프랑스는 오히려 이탈리아의 강력한 대인방어에 막혀 전반 내내 끌려다녔다.

지단을 정점으로 하는 미드필더진도 토티가 이끄는 이탈리아보다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세계 최고의 중원지휘관으로 평가받는 지단은 자신을 너무 잘 알고 있는 이탈리아 선수들에게 막혀 제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디노 조프 이탈리아 감독이 경기 전에 말했던 것처럼 지단 봉쇄는 100% 이상의 효과를 거뒀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프랑스는 전반의 부진을 만회하려는 듯 공세를 펼쳤으나 후반 8분 이탈리아의 델 피에로가 교체 투입되면서 다시 흐름을 뺏기기 시작했다. 곧 이어 후반 10분 이탈리아는 델베키오가 첫 골을 뽑아내며 우승을 향한 8부 능선까지 올라갔다.

선제골을 뺏긴 프랑스는 후반 12분 윌토르, 23분 트레제게를 교체 투입하며 앙리와 함께 최전방 공격수를 3명 배치하는 배수진을 펼쳤다. 후반 39분에는 수비수 리자라쥬마저 빼고 피레를 투입 총공세를 펼쳤다.

결국 경기종료 직전인 후반 48분 교체 투입된 윌토르가 극적으로 동점골을 뽑아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우승의 기쁨에 들떠있던 이탈리아 팬들은 아쉬운 탄성과 함께 침묵에 빠졌고 프랑스 팬들의 환호성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이탈리아로서는 후반 교체 투입된 델 피에로가 두 차례의 결정적인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연장에 접어든 두 팀. 승리를 눈앞에서 놓친 이탈리아보다는 벼랑 끝에서 벗어난 프랑스가 분위기를 주도해 나가기 시작했다. 앙리의 계속되는 측면 돌파에 대비하던 이탈리아에게 치명타를 가한 것은 역시 교체 투입된 피레. 연장 전반 13분 피레는 앙리가 공격하던 좌측을 2선에서 돌아들어가며 돌파, 트레제게에게 센터링했고 트레제게는 바로 왼발 터닝 발리슛으로 연결, 100분이 넘는 혈투에 종지부를 찍었다.

과감한 전술 변화와 시기 적절한 용병술로 위기에서 탈출, 우승컵을 거머쥔 프랑스는 유로 2000에서의 우승으로 서독에 이어 월드컵과 유럽선수권대회를 연속으로 제패한 두 번째 팀이 됐다. 한편, 이탈리아는 비록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특유의 빗장 수비를 자랑하며 우승권에 근접한 전력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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