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2차 합격생들의 노하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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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또 한 번의 눈치전쟁이 시작된다. 수시 2차 원서접수 때문이다. 수능 가채점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거나 수시 1차 모집에 지원했지만, 지원한 대학에서 원하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시킬 자신이 없는 학생들에게 수시 2차 모집은 합격을 향한 ‘마지막 희망’이다. 특히 올해는 상당수 대학이 수시 미등록 인원을 충원하면서 정시경쟁률과 합격선이 높아질 것으로 보여 수시 2차 모집 지원전략 수립이 중요해졌다.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의 전형방식과 합격선은 물론, 자신만의 강점을 내세운 ‘차별화된 전략’ 필요하다.

이지은 기자
사진=황정옥·김경록 기자

전형별 특징 분석해 수능 성적 없이 합격했어요

“애초 정시보다 수시를 노렸어요. 수능이 끝나자마자 원서를 쓰기 시작했죠.” 이지혜(단국대 법학과 1·서울 한대부고 졸·사진 왼쪽)씨는 지난해 수능을 마친 직후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수능일 다음날부터 원서를 접수하는 수시 2차 전형에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학생부 내신성적이나 논술·면접 위주로 구성된 전형이 대부분이라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내신이 2등급대로 우수했고 평소 논술과 면접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수능 가채점 점수를 고려해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없거나 낮은 곳을 골랐다. 희망전공과 전형방식을 자세하게 분석한 뒤 10여 개 대학에 지원을 결정했다.

 지원하는 방식에도 전략을 세웠다. 내신성적으로 1차 합격자를 거른 뒤 논술과 면접으로 최종 합격자를 선발하는 전형은 서울 중위권 대학에 지원했다. 학생부 내신성적만으로 최종합격자를 결정하는 전형은 수도권이나 서울 내 4년제 대학으로 하향지원했다. 이양은 “논술과 면접을 거치는 전형은 학생부 100% 전형보다 합격률이 높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내신성적만으로 선발하는 대학에는 우수한 내신성적 지원자들이 다수 몰릴 것으로 예상해 지원목표를 낮췄다”고 말했다.

 논술준비는 전적으로 학교의 도움을 받았다. 학원이나 과외수업은 받지 않았다. 고2 겨울방학 동안 무료로 주 1회씩 진행된 논술집중반 수업과 고3 1년간 매주 2회씩 진행되는 학교논술반에 참석해 감각을 유지했다. 이씨는 “수시전형이 목표였기 때문에 논술준비는 꾸준히 해왔다”며 “매주 기출문제를 풀고 선생님의 첨삭지도를 받으며 준비했다”고 말했다. 수능이 끝난 뒤부터는 지원한 대학의 기출·예시문제를 풀어보며 최종적으로 점검했다. 이렇게 준비한 덕에 단국대를 포함한 4개 대학에 최종합격하는 성과를 얻었다.

 이씨는 수시 2차 전형에 지원할 때는 현실적으로 눈높이를 맞출 것을 조언했다. 지원한 대학 간 전형 일정이 겹칠 때 점수가 더 높은 대학을 무리하게 선택해 불합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일단 합격하면 정시전형에 지원할 수 없으므로 자신에게 맞는 전공인지 꼼꼼하게 따져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는 “수능 직후 자신의 성적을 분석해 정시와 수시전형 중 어디에 더 유리한지 최대한 빨리 판단해야 한다”며 “수시 2차 전형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보지 않는 대학이 많으므로 놓치지 말고 도전해보라”고 말했다.

내신위주 전형으로 장학금도 받았죠

심근영(건국대 특성화학부 1·경북 하양여고 졸·사진 오른쪽)씨는 올해 초 건국대 수시 2차 수능 우선학생부 전형으로 합격했다. 모집 단위별로 설정한 수능점수 기준을 갖춘 지원자를 대상으로 학생부 성적 석차 순서대로 선발하는 전형이다. 내신 평균 1.4등급, 언어영역 백분위 99와 탐구영역 백분위 96의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 직후 전액 장학금도 받게 됐다. 심씨는 “수시가 목표였기 때문에 수능 과목은 영역별로 차등을 둬 공부했다”며 “목표했던 대로 두 개 영역에서 1등급이 나와 순조롭게 2차 전형에 합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심씨가 수시 2차 전형을 알게 된 시기는 수시 1차를 접수하던 즈음이었다. 최저학력기준과 내신성적만으로 최종합격을 결정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수시 1차 전형에서 대부분 요구하는 자기소개서나 다양한 포트폴리오가 부담스럽게 느껴지던 시기였다. 수시 1차 전형에 응시한 지원자도 복수지원이 가능하다는 문구도 눈길을 끌었다.

최저학력기준을 만족하면 최종합격이 확정되는 수시 1차 전형으로 두 곳의 학교에 합격한 상태였지만 심씨는 수능을 마친 뒤 2차 전형에도 지원하기로 마음먹었다.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는지 확신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심씨는 “같은 대학에서 실시하는 수시전형인데 1차보다 2차의 혜택이 더 많았다”며 “논술이나 면접 등이 없는 전형 위주로 선택했기 때문에 추가로 다른 준비를 할 필요도 없었다”고 말했다.

 전형을 선택할 때는 수능 가채점 결과를 토대로 최저학력기준을 미리 살폈다. 희망하는 진로인 과학전공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지 여부도 따졌다. 심씨는 “과탐 등급이 1·2등급 중 뭐가 나올지 몰라 2등급으로 예상하고 이 기준을 제시하는 대학에 지원했다”며 “1등급이 나와 지원했던 대학에 안정적으로 합격하고 장학금까지 받게 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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