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인서 내려온 김진숙, 명령어겨 낼돈 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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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오른쪽)이 10일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서 내려오고 있다. 왼쪽은 정홍형 민주노총 조직국장. [송봉근 기자]

정리해고를 둘러싼 한진중공업 사태가 11개월 만에 타결됐다.

 한진중공업 노조는 10일 오후 2시 영도조선소 정문 앞 광장에서 조합원 총회를 열어 정리해고 잠정 합의안을 무투표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영도조선소 내 35m 높이의 85호 크레인에서 309일째 농성 중인 김진숙(50)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은 땅으로 내려왔다.

 노조는 9일 오후 노사 잠정 합의안을 놓고 총회에 부쳤으나 경찰이 김 지도위원이 농성 중인 85호 크레인 밑으로 경찰력을 투입하면서 총회가 무산됐다. 이날 총회는 속전속결로 처리됐다.

 크레인에서 내려온 김 지도위원은 손으로 V자를 그리며 밝은 표정이었다. 그는 “살아 내려올 줄 알았다. 여러분에 대한 믿음을 버린 적이 없었다.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회사 문밖에서 대기하던 경찰의 안내를 받아 구급차를 타고 동아대병원으로 갔다. 크레인 중간지점에서 동조농성을 벌였던 문철상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장 등 3명도 내려왔다. 이 자리에는 민주당 정동영, 민노당 권영길·이정희 의원, 배우 김여진씨 등도 함께했다.

 한진중공업 사태가 노사 합의로 해결됐지만 크레인 농성자와 ‘희망버스’ 행사 관계자에 대한 사법 처리 후폭풍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지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업무방해와 집시법 위반 등은 친고죄가 아니기 때문에 고소·고발 취소 여부와 관계없이 법에 따라 엄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지도위원 등 크레인 농성자 4명에 대해서는 업무방해와 건조물 침입 등의 혐의로 이미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검찰과 경찰은 이들의 건강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정 나면 조사를 해 구속영장을 청구할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검경은 또 부산에서 진행된 1, 2, 3, 5차 희망버스 행사에서 불법시위를 벌인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257명과 출석 요구를 한 136명에 대한 사법 처리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또 노사가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최소화하기로 했지만 그 범위를 놓고 진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진중공업은 김 지도위원과 민주노총, 노조를 상대로 1억1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김 지도위원은 지난 1월 17일 법원의 퇴거명령을 어기고 고공농성을 계속했기 때문에 사측에 내야 할 이행 강제금이 3억원에 육박한다.

부산=김상진·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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