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5개월 단명 사장이 떠나면서 간부 인사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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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철
경제부문 기자

‘불똥이 튀어 새우등 터지다.’ 마치 요즘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를 두고 딱 맞는 표현 같다. 사연은 이렇다. 홍석우 KOTRA 사장은 올 6월 22일 취임했다. 그런데 취임 4개월여 만인 지난달 27일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됐다. 9월 15일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최중경 지경부 장관의 후임이다. 이에 따라 홍 사장은 15일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9일자로 퇴임했다. 그는 인사 청문 보고서의 채택 여부에 따라 이르면 이달 말께 장관에 오른다. 개인적으로야 장관 영전이지만 KOTRA 입장에서는 5개월 단명 사장을 그냥 바라만 보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그는 퇴임 하루 전인 8일 1급(처장), 2급(부장)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내년 1월 1일자다. KOTRA 측은 “직원들의 해외 근무와 국내 복귀를 배려하고, 계급 정원 규정에 맞는 인원 배치를 하기 위해 인사 발령을 1~2개월 정도 미리 발표하는 관행이 있다”고 설명했다. 3분기 현재 정규직 임직원 650여 명 중 절반에 가까운 300여 명이 해외에서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KOTRA는 신임 사장 공모절차에 들어가 이르면 이달 말께 새로운 사장이 결정된다. 그래서 이미 단명 사장으로 조직이 술렁이는 가운데 나가기 전날 인사를 한 것에 대해 이래저래 말이 나오고 있다. KOTRA 안팎에서 “상급기관인 지경부의 장관이 될 사람이 산하 기관 인사를 하는 건 무리가 없다”는 주장과 “그래도 고위 간부 인사는 나간 사장보다 신임 사장에게 맡기는 게 적절하다”는 비판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한 KOTRA 전직 간부는 “지식경제부 출신 인사가 장관에 오른 것에 대해 지경부는 파티 분위기”라며 “그러나 산하 기관인 KOTRA는 5개월 만에 다시 수장을 찾아야 하고, 인사에 대한 불만까지 터져 나와 착잡하다”고 말했다.

 본래 인사라는 것은 만족하는 사람은 20%에 불과하지만, 나머지 80%는 만족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20-80’ 프레임의 전형이다. 그런데 이번 경우 KOTRA 업무와는 전혀 상관 없는 블랙아웃의 불똥이 이곳 인사에까지 튀었다. 중소기업의 해외 도우미로 먼 나라 이국에서 불철주야 일하고 있는 KOTRA 사람들이 ‘불똥이 튀어 새우등 터진’ 신세가 됐다.

강병철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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