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너마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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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가 파국의 단계로 들어섰다.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금리)이 9일(현지시간) 연 7%대를 돌파했다. 장중 7.4%대까지 치솟았다. 유로존에 가입한 이후 최고치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의 사의 표명도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이탈리아 국채를 사들이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치솟는 금리를 잡지 못했다. 조르조 나폴리나토 이탈리아 대통령은 긴급성명을 내고 "유럽연합(EU)이 요구하는 경제 개혁안은 며칠 내에 의회를 통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채 수익률 7%는 심리적 저지선의 성격이 강하다. 수익률이 이 선을 넘으면 채권 투자자가 해당 국채의 매수를 포기해 버리기 때문이다. 그리스와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이 시장 금리가 7%를 넘은 뒤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이 때문에 이탈리아 위기가 2라운드로 접어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영국 BBC방송과 로이터통신은 런던 채권시장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유로존 3위의 경제대국인 이탈리아가 구제금융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오면 1·2위 채권국인 프랑스와 독일뿐 아니라 영국과 미국 시중은행들도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 이탈리아 위기는 순식간에 금융위기로 바뀔 수 있다”고 보도했다.

 관건은 연 7%를 넘어선 국채 수익률이 얼마나 이어지느냐다.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탈리아의 운명은 파국에 가까워진다. 이자 부담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 시장에 일시적 충격을 줄 수는 있겠지만 패닉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탈리아는 그리스보다 정부 자산이 훨씬 많아 수습이 상대적으로 쉬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금리 급등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날 상승세로 출발했던 유럽 주요국 증시는 장중 2% 이상 급락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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