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폭풍 경보, 한국은 3개 기관서 따로따로 나올 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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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태양폭풍은 언제 닥칠지 모른다. 흑점 주기로 대략 예상은 가능하지만 정확하진 않다. 흑점 극소기는 2년이 보통이지만 17세기엔 70년간 계속된 적도 있다(마운더 극소기 ).

 그 때문에 예·경보가 중요하다. 이상 징후가 보이면 즉시 알려 피해에 대비토록 하는 시스템이다. 미국에선 해양대기청(NOAA) 산하 우주기상예보센터(SWPC)가 담당한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돕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선 관련 기관 사이에 역할분담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9월 개정된 기상법엔 ‘우주공간에서의 물리적 현상이 기상현상, 기후 및 기상 위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예·특보를 한다’는 조항(제14조의 2)이 신설됐다. 기상청은 이를 근거로 내년부터 ‘우주기상 예·경보’를 시작한다. 2014년까지 자체 예측 모델을 개발하고, 2018년 새 기상위성에 관측장비를 탑재해 발사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반면에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국립전파연구원은 이전부터 해온 ‘우주환경 예·경보’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담당할 우주전파센터를 제주도에 마련해 16일 개소식을 한다. “태양 폭풍으로 인한 전파 교란 등에 대처할 전담기관”(이승원 센터장)이라는 설명이다.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한국천문연구원도 자체 예·경보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2007~2013년). 이를 통해 생산한 정보를 공군·KT 등에 제공 중이다.

 우주기상·우주환경은 이름만 다를 뿐 대상은 같다. 예·경보 때도 같은 미국 위성자료를 사용한다. 그런데도 세 기관은 ‘각개약진’ 중이다. 박영득 천문연 책임연구원은 “역할분담이 이뤄지지 않은 채 기상청·전파연이 (예보)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3개 기관에서 별도의 우주환경 예보가 발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천문연은 R&D, 기상청은 일반인 예보, 전파연은 전문가 서비스를 맡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복행 기상청 관측정책과장은 이와 관련해 “세 기관 간에 협의체를 만들어 보자는 의견이 있다”고 밝혔다.

김한별 기자

◆캐링턴 이벤트(Carrington Event)=1859년 9월 1~2일 발생한 사상 최대의 태양폭풍. 처음 플레어를 관측한 영국 천문학자 리처드 캐링턴의 이름을 따 명명됐다. 미 국립과학원(NAS)은 이 같은 태양폭풍이 다시 지구를 덮치면 피해 규모가 1조~2조 달러(약 1120조~2240조원)에 달하고, 이를 복구하는 데 4~10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에 비해 GPS 등 전자장비 의존도가 훨씬 커진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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