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세 도입” “득보다 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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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언 의원(左), 박재완 장관(右)

“부자 증세는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버핏세’를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정두언 한나라당 의원)

 “(버핏세는) 득보다 실이 많은 데다 합리적이지 못하다.“(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세금 전쟁’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1라운드는 정치권의 끈질긴 감세 철회 요구에 9월 정부가 ‘백기’를 들면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이번엔 ‘부자 증세’로 다시 불길이 옮겨 붙는 양상이다.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조세소위를 열어 세법 개정안 심사에 들어갔다. 이날 부유세 논란은 일종의 전초전 성격이다. 내년 총선과 대 선 을 앞둔 터라 그 어느 해보다 정치권과 정부 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법 개정에 대해선 정부는 한마디로 ‘할 만큼 했다’는 입장이다. 막판 진통을 거친 끝에 지난 9월 여당과 청와대의 입장을 감안해 감세를 철회한 데다, 내년 정부의 세법 개정안에도 서민·중소기업 관련 각종 공제를 늘렸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 방안을 넣는 등 논란을 빚은 내용도 결국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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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성에 차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여당 내부에서부터 감세 철회로는 부족하고 부자 증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부유층에 세금을 더 걷는 이른바 ‘버핏세(Buffett Rule)’를 도입하자는 얘기다. 한나라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정두언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버핏세는 어차피 총선에서 야당이 한나라당을 부자정당으로 몰면서 제기할 문제”라며 “그때 가서 수세적인 입장에서 논의하느니 차라리 한나라당이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버핏세 도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해 보자고 하니까 재계에서 민감하게 반응하고 나오는데 선진 외국에서 부자들이 부자증세를 들고 나오는 것과 대비된다”면서 “우리의 부유층은 탐욕, 특혜, 의무불이행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는 세수 증대 효과보다 부작용이 커 제도 도입의 실익이 없다는 입장이다. 박재완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버핏세는) 투자의욕과 근로의욕, 저축동기 등을 떨어뜨리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개인소득세가 취약한 점이 있는데 윗부분(부유층)도 있지만, 아예 안 내는 사람이 과반수로 그런 쪽을 보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정책에 대한 신뢰를 깎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미 감세 철회를 발표한 마당에 여기서 더 나가면 경제 정책의 신뢰성에 큰 상처가 날 수 있다”면서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한) 노무현 정부 시대로 되돌아가자는 얘기냐”고 반문했다.

 논란은 ‘감세 철회’를 두고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세법 개정안에서 당초 내년부터 법인세 최고과세표준 구간의 세율을 22%에서 20%로 내리기로 했던 계획을 철회하고, 과세표준 500억원 초과 법인에 대해선 22%를 유지하자는 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감세 계획 전체를 철회하는 개정안을 제출해 놨고,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여기에 최고과세표준 구간을 신설하는 안을 제시해 놓은 상태다.

조민근·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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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한나라당 국회의원(제18대)
[現]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소장

1957년

[現] 기획재정부 장관(제3대)

195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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