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서서 사는 화장품 있다는데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14일 롯데백화점 소공점 맥 매장 전경. ‘전설의 하이라이터’라 불리는 ‘맥 미네랄라이즈드 스킨 피니쉬 라이츠카페이드’의 2차 입고일에 이를 사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지난달 14일 오전 롯데백화점 본점 1층. 개장 한지 얼마 안됐는데 벌써부터 뷰티브랜드 맥의 매장은 사람들로 북적댔다. 이날 재출시하는 ‘미네랄라이즈드 스킨 피니쉬 라이츠카페이드’와 ‘미네랄라이즈 스킨 피니쉬 포셀린 핑크’를 사려는 인파였다. 매장 관계자는 “원래 방문 고객이 많긴 하지만 이렇게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며 고객을 응대하기 바빴다.

두 제품은 2007년 처음 나왔는데, ‘전설의 하이라이터’라고 불리며 인기를 얻었다. ‘라이츠카페이드’는 보석 오팔빛이 나는 은은한 쉬머링 하이라이터로, 볼과 이마에 발랐을 때 오로라처럼 영롱한 광이 난다고 해 ‘오로라’라고 별명이 붙기도 했다. ‘포셀린 핑크’는 핑크빛으로 얼굴을 화사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짧게 ‘포핑’이라 불린다.

당시 한정판 출시여서 이후엔 시중에서 사라졌다. 그런데 재발매 요청이 이어졌고, 맥은 올해 9월 30일 이 제품들을 다시 선보이기로 한다. 그러나 재발매 당일, 정보를 입수한 사람들이 오픈 전부터 줄을 서 대기행렬을 만들었고 결국 판매 1시간 만에 전국에서 품절되는 기록을 세웠다. 롯데백화점 본점 맥 매장의 박숙진 매니저는 “유명 컬렉션의 한정판이 발매되면 오픈 전부터 번호표를 받아 대기하는 열광적인 고객들이 있다”며 “남자친구를 통해 대리구매를 시키는가 하면, 오전 반차를 받거나 점심시간을 이용해 달려오는 직장인들도 많다”고 전했다.

디자인도 인기의 주요 요인이다. 한정판의 경우 시즌별로 컨셉트와 디자인을 독특하게 해서 만들어내기 때문에, 이런 특정 디자인 제품을 구하려는 소비자 욕구가 강하다. 맥이 2008년 ‘키티 컬렉션’을 출시했을 때도 고객들은 번호표까지 받아가며 기다려 물건을 구입했다. 올해 3월에 출시된 ‘원더우먼 컬렉션’은 선보인지 3주 만에 전체 물량이 품절됐다.

키엘은 매해 10~11월 ‘울트라 페이셜 크림’대용량 한정판을 출시하며 사람들을 줄 세운다. 이 때 우리나라의 오래된 나무를 살리자는 ‘나무지킴이 캠페인’ 제품을 함께 내놔 더욱 인기를 모은다. 제품 뚜껑에 캠페인의 의미를 담은 일러스트를 넣고, 판매 수익의 일부를 나무 보호 활동 단체에 기부한다. 매해 이 제품을 모은다는 이미영(30·서초구 방배동)씨는 “의미도 좋지만 제품 디자인도 나무랄 데 없이 예뻐서 매해 출시 소식을 기다렸다가 꼭 구매한다”고 말했다.

신개념으로 얻은 효과, 고객이 먼저 알아봐

판매 경쟁이 치열한 화장품 시장에서 특정제품이 이런 인기를 얻기는 쉽지 않다. 인기원인에 대해 에스티 로더 박경화 과장은 “역시 입소문”이라고 한다. 딱히 홍보 활동을 안해도, 혹은 다른 제품에 비해 약하게 광고 해도 입소문에 따라 소비자가 몰린다는 것이다. 물론 ‘써봤더니 아주 좋더라’ 라는 평가가 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소비자가 사용 후 효과에 아주 만족했거나, 소장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한 화장품은 소문을 통해 알려지고 구매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맥 미네랄라이즈드 스킨 피니쉬 라이츠카페이드(왼쪽)와 에스티 로더 쿨링 아이 일루미네이터.

에스티 로더의 ‘쿨링 아이 일루미네이터’는 독특한 팁(입구에 달린 도구)과, ‘쿨링 효과’에 인기를 얻은 제품이다. 입구에 특수 팁이 달려있어 기존의 아이크림과 달리 바를 때 눈가를 마사지하는 효과가 난다. 이에 따라 눈가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진정시킬 수 있다. 게다가 소재가 세라믹이어서 금속으로 된 눈가 마사지 도구보다 피부에 좋을 것이라는 기대 효과도 작용했다.

이 제품은 올 7월에 선보였는데, 매장마다 구매 대기자 명단을 구비할 정도였다. 브랜드 측의 예상을 넘어서는 빅히트였다. 박 과장은 “당초 여름에 한시적으로 판매할 예정이었는데 고객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며 “7~8월 두 달간 팔려고 준비했던 물량이 전세계적으로 7월 한 달만에 완판됐다”고 밝혔다. 에스티 로더는 시즌에 관계없이 이 제품을 계속 판매하는 것으로 마케팅 방향을 바꿨다.

클리오의 ‘젤프레소 워터프루프 펜슬젤라이너’는 젤 아이라이너를 펜슬로 만들어 10만개 이상 팔았다. 젤 아이라이너는 눈매를 또렷하게 연출할 수 있으나 사용법이 어려워 일반인들이 꺼려하는 아이템이었다. 클리오는 이점에 착안해 특별한 기술 없이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젤 아이라이너를 펜슬타입으로 만들었고 인기를 얻었다. 클리오 임근영 차장은 “리오더에 들어갔지만 성분을 해외에서 수입해와야 해서 12월까지는 품절 컬러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사진="맥" 제공>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