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설악시’ 이번엔 이뤄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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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지방행정체제개편을 앞두고 강원도 일부 시·군에서 행정구역 통합을 위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주민 서명을 받는 등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인접 시·군은 대응하지 않거나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통합 가능성은 희박하다.

 속초시사회단체협의회는 지난 달 27일 협의회 산하 80개 사회단체장이 참석해 ‘속초시 설악권 4개 시·군 통합 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속초시와 고성군·양양·인제군 등 설악권 4개 시·군 통합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협의회는 8일부터 속초시민을 대상으로 통합을 위한 서명에 들어간다. 추진위원회는 18일까지 서명운동을 벌이고 이후 대상지역 직능단체와의 간담회, 통합에 대한 특강, 여론조사 등 공식적인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삼척시에서도 지난 달 26일 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가 구성됐다. 추진위원회는 역사적·지리적으로 동질성을 가졌다며 동해시와 태백시는 물론 경북 울진군까지 4개 시·군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방언론과 강원대가 주관하는 ‘행정구역 개편과 강원남부권의 발전방안’ 심포지엄이 10일과 15일 열린다. 심포지엄에서는 행정구역개편에 따른 효과 등이 정치·행정·산업·역사·문화 등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된다.

 경기도와 인접한 철원군은 군번영회와 노인회, 청년회의소 등이 중심이 돼 ‘철원군 행정구역개편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의정부와 연천 등 수도권 통합건의를 위한 대표자 증명서를 발급받고 주민을 대상으로 서명을 받고 있다. 그러나 통합을 추진하는 시·군과 달리 인접 시·군은 통합에 반대하거나 무관심하다.

 양양군은 동서고속도로 건설 등 지역발전에 대한 비전이 달라져 속초와 통합 없이도 지역 발전에 문제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통합을 반대하고 있다. 지난 1995년 정부의 도·농 통합추진 때 속초시와 양양군 간 통합을 위한 주민투표가 이뤄졌으나 양양 주민의 반대로 무산됐다. 정상철 양양군수는 “군민의 의사에 따르겠지만 양양군민은 통합에 관심이 없다”며 부정적 의사를 표명했다. 고성군도 “속초시와 통합할 이유가 없다”며 “대응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삼척시의 통합 논의에 대해 경북 울진군은 물론 동해시와 태백시도 반대 입장이다. 울진군 이종교 총무과장은 “삼척시의 그 같은 움직임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울진은 생활권이 포항이나 영덕이어서 강원도 삼척과의 통합은 생각조차 않는다”고 말했다. 태백시도 정선군과 영월 상동 등 탄광지역이란 동질성으로 통합 논의는 해볼 수 있지만 삼척과의 통합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동해시도 일부 지역에서 동조가 있을 수 있지만 통합에 부정적이다.

 한편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는 국민 의견을 수렴해 내년 6월까지 개편안을 확정하고 2014년 6월까지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통합을 원하는 지역이 주민 투표권자 50분의 1 이상의 서명을 받아 12월 말까지 개편위원회에 통합을 건의하면 개편위원회는 내년 6월까지 대통령과 국회에 기본계획을 제출하고 이후 지방의회 의견청취 또는 주민투표를 통해 통합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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