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 제국’ 주인 바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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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어니스트 오펜하이머(左), 니컬러스 오펜하이머(右)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광산 재벌 오펜하이머 가문이 ‘다이아몬드 제국’ 드비어스 경영에서 손뗀다. 그들의 투자회사인 ‘E 오펜하이머&선 인터내셔널’은 드비어스 지분 40%를 51억 달러(약 5조7100억원)에 글로벌 광산회사인 앵글로아메리칸에 넘기기로 했다고 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드비어스는 세계 다이아몬드 시장 30%를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의 광산회사인 알로와 함께 시장 점유율 공동 선두다.

 제임스 티거 오펜하이머 가문 대변인은 월스트리트 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한 시대가 막을 내렸다”며 “이번 결단은 역사적이면서 감회가 남다른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지분을 판 돈으로 아프리카 기업 5~10곳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독일 유대계인 오펜하이머 가문은 80여 년 동안 드비어스를 지배했다. 3대에 걸친 경영권 장악이었다. 애초 드비어스는 오펜하이머 가문에 의해 설립되지 않았다. 독일 유대계 금융자본인 로스차일드의 자금 지원을 받은 세실 로즈에 의해 1871년 세워졌다.

 하지만 사내 갈등으로 경영권이 1927년 어니스트 오펜하이머에게 넘어갔다. 이후 드비어스는 비약적으로 성장해 한때 세계 다이아몬드 시장의 70%를 장악하기도 했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 오펜하이머 사람들은 아프리카 등 제3세계 독재자나 군벌과 검은 거래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데 앵글로아메리칸도 오펜하이머 가문과 밀접한 관계다. 어니스트 오펜하이머가 드비어스 경영권을 차지할 때 앵글로아메리칸을 동원했다. 그는 1917년 미국 투자은행이면서 로스차일드의 경쟁자인 JP모건의 투자를 받아 앵글로아메리칸을 세웠다. 이후 이 회사는 드비어스의 지분을 야금야금 사들여 결정적인 순간에 오펜하이머의 경영권 장악을 지원했다.

 현재 드비어스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어니스트 오펜하이머의 손자인 니컬러스 오펜하이머다. 니컬러스는 앵글로아메리칸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직접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다. 결국 앵글로아메리칸은 거의 100년 만에 드비어스를 완전히 장악하게 된 셈이다. 지분이 무려 85%나 되기 때문이다.

WSJ에 따르면 앵글로아메리칸 쪽은 “중국과 인도 부유층이 금에 이어 다이아몬드에 눈을 떠 높은 수익이 기대된다”며 “아주 훌륭한 지분 인수”라고 자평했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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