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부실대학 퇴출, 이제부터 시작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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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경영 부실을 이유로 문 닫는 대학이 나옴에 따라 대학 구조개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어제 전남 순천 명신대와 강진 성화대 퇴출을 확정하고 다음 달 학교 폐쇄 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2000년 광주예술대, 2008년 아시아대가 대학 비리를 이유로 퇴출된 적은 있으나 대학 구조개혁이란 큰 틀에 따른 퇴출은 이번이 처음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학교육의 최소한의 질(質)이 담보되지 않는 대학은 상시 퇴출되는 시스템이 자리 잡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정부가 퇴출을 결정한 두 대학은 ‘대학 같지도 않은 부실대학’의 전형이다. 재단의 회계비리가 극심하고 학사운영도 파행의 극치를 보여준다. 명신대는 횡령액 40억원의 97.5%가 회수되지 않고 있는가 하면 수업을 듣는 학생이 수강 대상 인원의 27.5%에 불과하다. 성화대는 정상 통학이 가능한 학생이 재학생의 15%에 그치고, 출석률이 3%에도 못 미치는 강좌가 수두룩하다. 하나같이 간판만 단 ‘유령 대학’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런 부실대학의 1차 피해자는 학생들이다. 교육여건 확보를 위한 재정 투자는 고사하고 학사운영마저 부실하기 짝이 없는 마당에 정상적인 대학교육이 이뤄질 리 만무하다. 이런 대학들은 또 전체 대학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주범이다. 학령 인구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학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부실대학 퇴출을 포함한 대학 구조개혁이 시급한 이유다.

 문제는 현행 고등교육법에 따른 학교 폐쇄 방식으로는 부실대학 퇴출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대학의 비리가 발견된 뒤 감사와 수차례의 예고를 해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로워 진행이 더딜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학교 폐쇄 시 잔여재산을 국고에 귀속하게 돼 있어 대학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 구조개혁을 활성화하려면 자발적 퇴출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 스스로 문 닫는 대학에 잔여재산 일부를 돌려주는 등의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사립대 구조개선 촉진에 관한 법률’을 하루빨리 통과시키는 게 방법이다. 대학 구조개혁의 고삐를 늦춰선 대학교육 경쟁력 확보는 요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