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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열리는 장소 놓고 힘겨루기

중앙일보

입력

마이크로소프트(MS)와 美 법무부 간 휴전이 온듯 하더니 지난주 곧바로 전투가 재개됐다. 양측은 서로 유리한 곳에서 재판을 받기 위해 항소심 장소를 두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MS측은 과거 승소 판결을 얻어낸 적이 있는 워싱턴 D.C.의 순회 항소법원을 희망하고 있다. 반면 연방 정부는 모호한 규정을 내세우며 바로 대법원으로 넘기려 하고 있다.

MS 反독점 소송이 궁극적으로 대법원까지 올라갈 공산이 큰데도 양측이 신경전을 벌이는 것은 항소심 장소에 걸려 있는 이해관계가 크기 때문이다. 바로 대법원으로 올라간다면 정부로서는 1심에서 승소한 여세를 몰아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된다. 또 대법원이 전통적으로 사실관계 조사보다는 법이 제대로 적용됐는지를 주로 본다는 점을 감안하면 1심에서 토머스 펜필드 잭슨 판사가 확인한 사실관계가 대법원에서 거의 그대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부측으로서는 금상첨화다.

MS측은 잭슨 판사가 확인한 사실관계와 판결의 절차적·법적인 문제점을 공격하고자 한다. 그런 문제가 검토될 가능성이 훨씬 높은 곳이 대법원보다는 항소법원이다. 또 항소법원이 과거처럼 MS가 웹브라우저를 윈도에 통합한 것을 합법적이라고 판결할 경우 정부측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

항소법원에서 심리가 열릴 경우 공화당측이 임명한 판사 4명은 MS를 지지하겠지만 민주당측이 임명한 판사 3명은 정부편을 들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의 경우 렌퀴스트·스칼리아·토머스 대법관은 MS의 편을 들고 스티븐스 대법관은 정부측 입장을 수용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나머지 5명의 대법관의 의중은 짐작하기 어렵다.

소송절차에 대한 싸움은 궁극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 대법원은 여러 달이 지나도 이 사건을 심리할 것인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항소법원으로 내려보낼 수도 있다. 反독점 전문가중 MS 분할이 실현될 것으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든 MS에 처벌 판결이 내려지리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다. 일이 어떻게 진행되든 한 가지 분명한 점은 MS 反독점 소송에서 휴전이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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