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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심국제중 입시 경쟁률 14.8대 1 뚫은 비결

중앙일보

입력

정시원(서울 동북초 6?사진 오른쪽)·이영채(경기 화성 반송초 6?사진 왼쪽)양은 요즘 하루하루가 즐겁다. 지난달 26일 발표한 청심국제중 합격자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100명 모집에 1484명이 몰렸으니, 14.8대 1의 경쟁을 뚫은 셈이다.

지난해와 달라진 점은 자기소개서와 학습계획서 작성 문항이다. ‘지원동기, 자기주도학습능력, 봉사 및 체험활동, 독후활동’ 대신에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 5개, 자기주도학습 경험 10가지, 읽었던 책 중에서 토론 주제 정해 가상토론하기, 입학 후 하고 싶은 봉사활동’에 대해 적어야 했다. 이양은 “처음에는 좀 당황스러웠지만, 지금까지 활동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해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다양한 활동 통해 짧은 글 안에 장점·능력 표현

 정양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책벌레, 리더십, 영재, 두더지, 강아지’로 쓰고, 이양은 ‘암기왕, 음악, 이타적 품성, 집중력, 리더십’으로 적었다. 단어와 함께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적었다. 두 사람 모두 4학년 때부터 학급 임원을 하고, 전교 임원 경험이 있어 리더십은 빼놓지 않았다.

 정양은 “짧은 문장으로 나를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두더지’를 통해 한 가지에 몰두하는 성격을 나타내고, ‘강아지’로 타인에게 쉽게 다가가는 활발한 성격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가장 난감했던 문항은 세 번째 문항이었다. 책에서 주제를 정해 자신의 의견과 상대방의 반론을 적고, 반론에 대한 반박 의견을 써야 했다. 독후활동에 대한 답만 준비했던 두 사람은 모두 당황했다. 하지만 그동안 읽었던 책을 떠올리며 답을 생각해냈다.

 이양은 『삼국사기』에서 읽었던 검군의 얘기를 떠올렸다. 평소 의문을 품고 있던 내용이라 쉽게 생각났다. 이양은 ‘검군의 행동이 잘못된 행동’이라고 주장하고, 상대방은 ‘동료를 위해 죽었으므로 선한 행동’이라고 반박했다. 이양은 다시 ‘자신이 훔치지 않은 쌀 때문에 죽을 필요는 없고, 동료의 잘못된 행동을 눈감아주는 것도 의리가 아니다’라고 반론을 폈다. 이양은 “평소 항상 의문을 갖고, 스스로 답을 내는 습관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다양한 활동도 여러모로 도움이 됐다. 두사람은 전교 1등을 놓친 적이 없으면서, 학교에서 열리는 각종 대회에 가능한 한 많이 참가했다. 수학·과학·영어뿐 아니라 글짓기·음악처럼 분야도 다양하다. 정양의 학교에서는 ‘정시원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정양은 “교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덕분에 얻게 된 별명”이라며 “그 덕에 배운 점도 많고, 친구도 많이 사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양은 생활기록부의 칸이 모자랄 정도로 다양한 교내대회에서 상을 받았다. 담임교사들이 매년 “어느 한 과목도 빠짐없이 우수하다”고 평가할 정도다.

타인 가르치면서 자기주도학습능력 향상

 하지만 두 사람이 청심국제중에 합격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이다. 두 번째 문항에서 ‘스스로 학습해 친구나 교사에게 칭찬받은 경험 10가지’를 써야 했다. 두 사람 모두 영어·수학·과학 과목의 자기주도학습 경험 외에 성적이 낮은 다른 친구를 가르치며 학습능력을 키운 경험도 썼다. 봉사와 학습능력을 동시에 알릴 수 있는 기회였다.

 성적이 낮은 저소득층과 다문화가정 친구를 가르친 이양은 “다른 사람을 가르치려면 내가 먼저 완벽히 이해해야 한다”며 “배우는 사람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기 위해 연구·고민하면서 스스로의 실력이 향상됐다”고 말했다.

 정양도 교과 과목 외에 관현악단 활동을 하면서 친구와 후배를 가르친 경험을 알렸다. 관현악단의 첼로 파트장을 하던 정양은 박자 감각이 없는 친구와 후배들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게 가르칠 수 있을지 고민하다, 직접 발로 박자를 치면서 설명해 이해를 도왔다.
 
 이양은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끊임없이 도전하며 실력을 키우기도 했다. 영어동화책을 읽으며 영어에 흥미를 가진 이양은 영어실력이 향상되면서 점점 더 두껍고 어려운 책을 읽었다. 쓰기 능력을 키우기 위해 영어 원서를 읽은 뒤 독후감을 쓰고, 영자신문을 읽고, CNN 영어뉴스를 들으며 읽기·듣기 실력을 향상시켰다. 또 읽기·말하기 능력을 키우기 위해 영어원서를 소리 내 읽기도 했다.

 정양도 마찬가지다. 수학 공부를 할 때는 오답노트를 만들어 틀린 문제만 모아 해결하며 수학적 사고력을 키웠다. 오답노트의 문제를 무리없이 풀게 되면, 더 어려운 문제에 도전했다. 실력을 확인하기 위해 경시대회에 나가기도 했다. 두 사람은 이런 모든 경험을 구체적으로 잘 적어냈다.

 두 사람에게 청심국제중 합격은 꿈을 이루기 위한 첫 계단에 불과하다. 두 사람 모두 국제고에 진학해 해외대 입학을 꿈꾼다. 정양은 국내 첫 여성변호사로 인권과 여성운동에 앞장선 이태영 박사를 롤모델로 삼아 하버드나 예일대에 진학하고 싶어한다. 약자의 인권을 지켜주는 검사가 되기 위해서다.

 이태석 신부를 본받고 싶은 이양은 존스 홉킨스대에 진학해 의사가 된 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일하면서 가난하고 병든 사람을 도울 계획이다.

<전민희 기자 skymini1710@joongang.co.kr 사진="최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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