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토론대회서 대상 받은 고명중 학생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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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기·이지혁·옥도현군(왼쪽부터)이 모의토론을 하고 있다.

“고명중 학생들은 이번 토론대회가 추구하는 목적에 가장 가깝게 다가간 팀이었다. 토론을 논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이끌었을 뿐 아니라 상대팀 의견에 대한 반론도 훌륭했다.” 지난 달 20일 서울 숭곡중에서 열린 제 5회 중학생토론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고명중 학생들에 대한 심사평이다.

이번 대회에는 서울 지역교육청 대회에서 1·2위를 차지한 팀과 전년도 대회에서 4강에 진출한 학교의 대표팀을 포함해 총 26개 팀 78명의 학생들이 참가했다. 대회의 주제는 봉사활동의 내신성적 반영, 대·중소기업 이익공유, 북한산 케이블카 설치 등 3가지였다. 찬반은 현장에서 임의로 정해주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찬성 측과 반대 측의 논리를 모두 숙지하고 있어야 했다. 대회를 총괄한 권소림 성북토론연구회장은 “고명중 학생들은 곤란한 질문에도 다양한 사례와 경험을 근거로 토론을 유연하게 이끌어가며 심사위원과 청중을 압도했다”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옥도현(3학년)군은 “주제별로 역할을 나눠 인터넷과 신문기사, 학술논문 등을 찾아 논리를 강화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며 “준비기간에는 밤을 새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책 꾸준히 읽고 신문 보며 시사감각 키워

세 학생이 달변가가 되는 데는 부모의 영향이 컸다. 전승기(3학년)군의 아버지는 회사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마다 전군 앞에서 사전연습을 했다. 전군은 “아버지가 직접 발표 시범을 보이며 강조해야 할 부분이나 말하는 기법 등을 알려준 것이 언어능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지혁(1학년)군과 옥군은 다독 습관 덕을 봤다. 옥군은 “인문학을 전공하신 부모님이 책 읽는 모습을 항상 보여줘 독서하는 습관이 생겼다”며 “책은 완성된 문장들이 짜임새 있게 배치돼 있기 때문에 문장을 조리 있게 만들고 말하는 데 좋은 참고서가 됐다”고 말했다. 이군은 “초등학교 때부터 부모님과 함께 비문학 서적을 지속적으로 읽어왔다”며 “다양한 책을 꾸준히 읽어온 것이 어휘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시사상식은 신문이나 뉴스를 보며 익혔다. 전군은 “토론에서 다뤄질 내용의 대부분이 최근 시사와 관련이 깊은 만큼 매일 꾸준히 신문을 읽었다”고 말했다. 전군은 “신문을 읽다 보면 특정 주제뿐 아니라 사안별로 엮인 다양한 연결고리를 통해 사회의 전반적인 흐름에 대해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군도 “책이 문장력을 높여준다면, 신문은 논리력을 키워준다”며 “신문의 사설이나 칼럼을 보면서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을 간접체험 해보려 했다”고 말했다.

발언권에 욕심내지 않아

다른 팀과 토론을 할 때는 많은 말을 늘어놓기보다 각자 맡은 역할에 충실해 상황에 맞는 발언을 하려고 노력했다. 옥군은 “실제 대회에선 마이크가 두 개뿐이었는데 자기발언권에 지나치게 집착한 팀은 대부분 말이 꼬였다”며 “발언권 욕심을 버리고 서로 필요한 근거들을 보완해주며 팀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간결 명료하게 전달하려고 한 것이 좋은 점수를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세 학생은 “상대팀을 배려하면서 흥분하지 않고 말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군은 “우리의 주장을 비꼬며 진지하게 토론에 임하지 않는 팀이 있었는데, 그럴수록 더욱 진지하게 상대방을 설득하려 했다”고 말했다. 전군은 “팀원 중 한 명이 말을 길게 하거나 흥분할 땐 말을 적절히 끊어주며 자제시키는 것도 팀원들의 몫”이라며 “팀원끼리 발언시간의 균형을 맞추려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토론 기술은 독서와 글쓰기가 밑바탕

권 회장은 토론능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으로 독서와 글쓰기, 경청 자세 등을 꼽았다. 그는 “독서는 말할 거리를 만들어 준다”면서 “단순한 읽기가 아니라 비판적 읽기를 통해 저자의 생각을 나의 의견으로 확장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의견을 글로써 논리정연하게 정리해 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경청 자세도 중요하다. 권 회장은 “토론의 목적은 소통”이라면서 “다른 사람의 논리를 잘 들어야 정확한 비판을 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학교에서도 토론수업 활성화를 통해 학생들의 창조적 사고력을 키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joongang.co.kr 사진="김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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