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카드 너 변했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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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신용카드사들이 체크카드 부가 서비스를 속속 줄이고 있다. 체크카드의 가맹점 수수료율이 너무 낮아 돈이 안 된다는 이유다. 그렇다고 수수료율을 올리자니 최근 카드 수수료 인하와 맞물려 말도 꺼내기 어려운 게 사회 분위기다. 이에 따라 그러잖아도 천덕꾸러기로 전락 중인 체크카드가 더욱 외면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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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체크카드에 대한 캐시백 적립률을 낮추고, 놀이공원이나 커피전문점·영화관 할인 서비스 등을 줄이거나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잇따라 홈페이지에 올렸다. 현대카드는 이달 들어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연계한 20개 체크카드의 혜택을 줄였다. 우선 전달 실적을 계산할 때 지금까지는 가족카드도 반영했지만, 이번 달부터는 본인이 쓰는 실적만 반영한다. 내년 4월부터는 아예 이들 카드에 주던 ‘0.5% 캐시백, GS칼텍스 L당 40원 캐시백, 스타벅스 5% 캐시백, 놀이공원 자유이용권 50% 할인’ 등을 없앤다. ‘H체크카드’에 대해서도 내년 2월부터 롯데월드 자유이용권 50% 할인 서비스 등을 중단한다.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은 다음달부터, BC·농협카드는 내년 1월부터 일부 체크카드의 캐시백 적립률을 낮춘다. 신한·삼성카드도 내년 봄부터 체크카드의 포인트 캐시백 비율을 대폭 줄이고, 지급 기준도 까다롭게 한다.

금융소비자연맹 조남희 사무총장은 “카드사들이 가맹점 수수료를 최근 찔끔 내리면서 수익 보전을 위해 만만한 체크카드 서비스를 건드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가맹점 평균 수수료(1.9%)가 신용카드(2.2∼2.6%)보다 낮아 카드사 입장에서 매력이 떨어지는 체크카드가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보우 단국대경영대학원 교수도 “카드사들이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대응해) 비용을 줄이는 등의 자구노력보다는 소비자 혜택을 줄이는 손쉬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의 체크카드 서비스 축소는 당국의 방침에도 어긋난다. 가계부채 관리나 비싼 가맹점 수수료율 문제를 해결하는 데 체크카드 활성화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체크카드 비중(약 10%)은 유럽이나 미국(60∼80%)에 비해 매우 낮다.

 체크카드는 고객 입장에서도 매력이 떨어진다. 넣어둔 돈 범위 내에서만 쓸 수 있고 할부 구매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전산망을 점검하는 자정(子正)을 전후해 5∼30분 동안 결제가 안 되고, 결제 취소에도 며칠 더 걸리는 문제도 있다. 은행연합회 윤성은 수신제도부장은 “우리나라처럼 신용카드 발급이 쉬운 나라에서는 (이런 한계 때문에) 정책적으로 체크카드를 밀어주지 않는 한 활성화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당근책을 준비 중이다. 현재는 총급여의 25% 이상 사용시 신용카드는 사용액의 20%, 체크카드는 25%까지 소득공제를 해주는데, 체크카드만 30%까지 늘리는 세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카드사들을 움직이기 위해 카드사들이 은행에 줘야 하는 체크카드 이용 수수료율 인하도 검토 중이다. 현재 전업계 카드사들은 체크카드 고객이 계좌를 개설한 은행에 대해 결제액의 0.5%를 수수료로 줘야 한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체크카드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수수료의 30%를 은행에 떼주고 있어 부담이 과중하다는 게 카드업계의 주장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카드사 주장처럼) 은행에 주는 수수료가 체크카드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연구원 이재연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소비자들의 행태를 감안하면 인센티브(적립이나 부가서비스 등) 축소는 체크카드 활성화에 저해요소가 될 수 있다”며 “사실상 외상구매인 신용카드를 억제하고 자기 예산 범위 내에서 돈을 쓰는 직불·체크카드 사용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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