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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레미콘·LED 조명 … 대기업 장사 어려워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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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4일 오전 7시30분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동반성장위원회 전체회의. 정운찬(사진) 위원장은 “대기업은 손에 쥔 기득권을 놓지 않고, 중소기업은 자신의 이해에만 매몰되고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2차 중소기업 적합업종 발표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열리는 회의인 만큼 상생발전을 위해 대기업·중소기업이 조금씩 양보를 해달라는 간접적인 압박이었다.

 회의는 당초 예정시간을 훌쩍 넘길 정도로 치열한 공방이 오갔지만 회의장을 나서는 정 위원장의 모습은 밝았다. 회의 직후 기자와 만난 그는 “쟁점 항목 몇 개를 제외하고는 대기업·중소기업이 대승적 차원에서 협의를 이뤄냈다”고 자평했다. 동반위가 이날 중기 적합업종으로 선정한 품목은 총 25개 품목이다. 지난 9월 1차 선정 때 결론을 내리지 못했던 쟁점 품목들이 대거 포함됐다.

 쟁점이었던 두부는 대기업의 진입 및 확장자제 결정이 내려졌다. 구체적으로 포장두부 시장에서는 대기업이 현재의 사업 수준을 유지하고, 비포장 두부시장에서는 진입을 자제할 것을 권고받았다. 포장용 대형 판두부 시장에서는 철수하라는 주문이 나왔다.

 LED 조명의 경우 대기업은 칩·패키징 등 광원 부문과 대량생산 제품에 집중하고, 중소기업은 소량 다품종 단순조립 제품에 주력하는 것으로 영역을 나눴다. 김치는 식당과 대학 등에서 대기업이 철수하라는 권고가 나왔다. 조미김은 급식시장에서 확장을 자제하도록 했다.

 한편 대·중소기업이 자율적인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마련한 정수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과 생산기업 간 의견불일치로 대표성에 문제가 불거진 내비게이션 등은 반려조치를 받았다.

 이번 발표에 대해 관련 대기업들은 동반위의 결정을 따르겠다면서도 시장 간섭에 대해서는 볼멘소리를 냈다. CJ제일제당은 ‘포장용 대형 판두부’ 사업에서 철수키로 했고, SPC그룹 계열의 삼립식품도 일반 소매점과 휴게소에서 판매하는 ‘햄버거빵’ 사업을 접기로 했다. 그러나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포장두부 시장은 한 해 10% 가까이 성장하고 있다”며 “당장의 매출 타격은 크지 않지만 미래의 성장 기회를 잃어버린 셈”이라고 말했다.

 특히 LED와 레미콘 업체의 반발이 크다. 한 LED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는 오스람·필립스 등 외국 업체의 시장 독점이 우려된다”며 “국내 조달 실적을 중시하는 미국 등 해외시장 진출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형 레미콘 업체들은 서울 여의도 동반위 앞에서 적합업종 선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한편 동반위는 대기업 계열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업체의 사업을 제한하는 내용의 MRO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다. 계열사 내부 거래 비중이 30% 이상인 대기업 계열 MRO 업체들은 앞으로 상호 출자 제한 기업집단(자산 합계가 5조원 이상인 대기업 그룹) 및 계열사, 연 매출 3000억원 이상의 중견기업으로 사업 대상이 한정된다.

손해용·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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