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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Focus] 지친 미국민들, 동기부여의 장 ‘겟 모티베이티드’에도 인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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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을 알 수 없는 불황의 터널에 지친 미국인들이 동기부여 세미나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참가 규모가 커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겟 모티베이티드(Get Motivated!)’라는 초대형 세미나가 가장 인기 있다. 미 전역 대도시를 순회하며 열리는 이 행사에는 매번 2만 명 이상이 몰린다. 이런 인기에는 초강대국 미국이 뒷걸음치는 사이 오랫동안 경기 침체에 신음하는 서민층의 우울한 자화상이 반영돼 있다. 명문대를 나와도 취업이 안 되는 졸업생들, 직장에서 사전 통보 없이 해고당한 회사원, 치솟는 학비로 자녀 교육을 걱정하는 학부모, 은퇴 펀드가 추락하면서 정년을 넘겨 일하는 장년·노년층이 그 청중이다. 이곳에서 10분 거리의 LA시청에서는 ‘월가를 점령하라’는 시위대의 농성이 계속되고 있었다. ‘월가 점령’이 개인의 실직과 파산이라는 암울한 경제 상황이 정부·기업에서 비롯됐다는 분노를 반영한 것이라면 ‘겟 모티베이티드’는 이를 내면을 통해 극복하자는 시각이 다른 점이다. 한마디로 ‘내면을 점령하라’인 것이다. 지난달 31일, 이 행사가 열린 LA 스테이플스 센터를 찾았다. 2만 개의 좌석이 꽉 차 있었다.

LA중앙일보=최상태 기자
사진=백종춘 기자

지난달 31일 LA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겟 모티베이티드’에서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리더십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백종춘 기자 jcwhite100@joongang.co.kr

‘사업 실마리 찾으러’ ‘용기 얻으러’ 이유 각각

 참가자 중에는 흑인이 눈에 띄게 많았고 한쪽에서는 제대를 앞둔 군인이 상당히 많이 보였다. 전반적으로 나이·성별·인종에 관계없이 다양한 사람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의 이유는 가지각색이었다.

 “3개월째 일자리를 찾고 있어요.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구조조정 당한 뒤 재취업이 어려워요. 좌절감이 많이 생겼는데 이 행사에 오면 위안을 받고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을 거라 믿어요.”(제니퍼·36)

 “텍사스와 LA 두 곳을 오가며 비즈니스를 하고 있어요. 하지만, 요즘 비즈니스가 안 돼 혹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해서 이곳에 왔어요.”(마크·52)

 흑인이 많이 참가한 이유는 얼마 지나자 의문이 풀렸다. 흑인으로서 군 최고위직에 오른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을 보기 위해서였다. 파월은 첫 흑인 4성 장군이며 첫 흑인 합참의장을 역임했고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냈다.

 “내 아이가 롤모델로 삼을 만한 사람을 만나러 왔어요.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흑인들도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싶었어요. 특히 요즘처럼 교육비를 아끼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죠.”(칼린·44)

 파월은 그런 청중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35년간의 군대 생활과 백악관 생활이란 화려한 이력 뒤에 찾아온 평범한 일상과 맞닥뜨린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청중을 울리고 웃겼다. 그는 무엇보다 부모의 역할 모델이 아이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부시 전 대통령의 부인 로라 부시는 성공한 사람들에겐 사람의 마음을 달래주는 유머가 있다며 행사장을 웃음으로 채웠다. 인도 이민자로 자신을 소개한 크리시 다남은 마더 테레사 수녀와의 만남과 한 통의 편지가 인생관을 바꾸어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인생을 살게 됐다는 연설을 청중에게 감동적으로 전했다.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도 주목받은 연사였다. ‘미국의 시장’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그는 강력한 리더십을 어떻게 발휘할 수 있는지를 주제로 다뤘다. 그는 9·11테러 이후 깊은 슬픔에 빠졌던 뉴욕시민들을 위로하고 어떻게 재건 과정을 이끌어 갈 수 있게 되었는지 간결하게 설명했다. 그러나 그가 강조했던 부분은 독서였다. 강력한 리더십의 원천이라는 설명과 함께.

 “부모가 먼저 책을 읽으세요. 그리고 자녀에게 게임기 대신 책을 사주세요. 나도 킨들(e-book reader)에 읽을 책을 넣어놓고 수시로 읽고 있어요. 읽어야 이끌 수 있습니다.”

 이 동기부여 행사는 경영·리더십·성공 동기부여·비즈니스·기술·인내심 등 미래의 리더들이 갖춰야 할 주제에 대해 분야별 최고 전문가들이 강연하는 형태로 구성돼 있었다. 연설 중간에 재정 및 투자 세미나도 진행됐다.

 “미국에서 은퇴자의 3분의 1이 한 달에 900달러 이하 수입으로 생활하게 됩니다. 또 미국인의 3분의 1이 신용불량자이며 연간 40만 채가 차압을 당하고 있습니다.”

 재정 전문가가 현실을 짚어준 뒤 이어 주식투자와 부채 상환, 금융 지식을 알려줄 수 있는 방법을 소개했다. 유망한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과 내부 거래자 정보, 기술적 분석(technical analysis) 등을 보는 방법도 알려줬다.

 ‘최고의 조언’ vs ‘서민 이용한 상술’

 일 년에 몇 차례 미 전역을 돌면서 대형 체육관이나 경기장에서 열리는 ‘겟 모티베이티드’에 대해 일부에서는 알맹이 없는 상술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불경기가 지속되는 요즘 생활고에 지친 미국인들이 위로받는 데는 이보다 좋은 기회가 없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행사장이 아닌 다운타운에서 만난 몇몇 시민은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일종의 ‘필 굿(feel good)’ 연설이라고 생각해요. 들을 땐 좋지만 그 후엔 남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매번 똑같은 사람들이 듣는 것 같아요.”(제니퍼·32)

 “그저 명사들의 돈을 벌기 위한 상술에 불과한 거 아닌가요. 30분 강연료로 수만 달러를 챙겨간다고 들었어요. 결국 서민들만 돈을 잃는 것이죠.”(익명)

 하지만 직접 참가한 사람들은 보다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평생 한 번도 만나기 어려운 명사들을 한자리에서 직접 만나 좋은 조언을 얻는 기회가 그렇게 흔한 가요. 돈을 낸 것이 전혀 아깝지 않아요.”(마셜 브룩스·28)

 “내년 초에 복무를 끝내고 사회에 나오게 됩니다. 경기도 안 좋고 무엇을 시작해야 할까 두려움이 앞서지만 이번 행사에서 용기뿐만 아니라 많은 지식을 얻었어요.”(브렌트·22)

겟 모티베이티드

성공학을 위한 ‘우드스톡’이라고도 불린다. 2002년 피터 로이(Peter Lowe)가 개인 동기부여와 훈련을 담당하는 세미나로 설립했다.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코미디언 빌 코스비, 유명 쿼터백 조 몬태나, 자기계발 구루 브라이언 트레이시, 콜린 파월 전 국무부 장관, 로라 부시 전 영부인, 포브스 발행인 스티브 포브스 등 각 분야의 명망 있는 인사가 총출동한다. 친기업·개신교·보수주의적 정서를 대변한다. 입장권 가격은 기본적으로 225달러이나 인터넷 예약자에게는 199달러로 할인 판매한다. VIP좌석은 1000달러를 훌쩍 넘고 일부 프로모션용 티켓이 1.95달러에 판매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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