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현실 무시한 감사 … 공권력의 월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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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등록금 감사 결과를 내놓자 대학들은 반발했다. 일부 대학의 방만한 운영과 비리 등의 문제점에는 공감하지만 감사원이 등록금과 관계 없는 부문까지 들여다보며 자율성을 훼손했다는 것이다. 앞서 연세대는 감사원의 사립대 감사가 위헌이라며 1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황대준 사무총장은 3일 “정부가 대학 현실을 잘 모르고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교협은 7일 숙명여대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대학들의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총회에는 전국 4년제 사립대 총장 1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감사가 대학 길들이기용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정부의 대학 예산 지원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평균 70%인데 우리는 20%에 불과하다”며 “제 역할을 못한 정부가 등록금 문제로 코너에 몰리자 대학을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대학 기획처장은 “적립금은 미래 투자를 위한 재원인데 적립금이 많다고 무조건 부도덕하게 몰아붙이는 것은 월권”이라며 “하버드대는 적립금만 30조원이 넘는데 한국은 모든 사립대를 합쳐도 10조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연세대 김정오 기획실장은 예산감사가 어설펐다고 반박했다. 김 실장은 “예·결산 차이가 크다고 지적하는 것은 대학 사정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예산은 2월에 짜지만 실제 집행은 4~5월이고 1학기가 지나야 학생 등록 등 학교 상황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가 헌법소원을 낸 것과 관련해 그는 “1987년 개정 헌법은 대학 자율성을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어 감사원의 사립대 감사는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 사립대 업무 전반에 걸친 포괄적 직무감사는 과도한 공권력 행사”라고 말했다.

 이에 감사원은 ‘국가에 의해 임명·승인되는 단체의 회계(23조7항)와 직무(24조3항)를 감찰할 수 있다’는 감사원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사립대 총장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임명·승인하기 때문에 사립대 회계와 직무도 감사 대상이라는 설명이다.

윤석만·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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