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들 구조조정 노력 약화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하반기 이후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이 늘어나자 올 들어 상장기업들의 구조조정 노력이 약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출자지분이나 부동산 등 고정자산과 영업권 매각이 큰 폭 줄어든 것으로 분석돼 구조조정 의지가 상당부분 퇴색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증권거래소가 23일 발표한 '상반기 중 상장법인 구조조정 현황' 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합병.분할.출자지분 처분 등 구조조정 건수는 1백76건으로 지난해 2백10건보다 34건이 줄었다.

금액 기준으로는 27조6천7백억원으로 지난해의 26조5천2백55억원보다 늘었지만 올해 실적에는 대우와 대우중공업 분할에 따른 실적 16조8천여억원이 포함돼 있어 실질적인 구조조정 실적은 1998년 상반기 수준에 그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출자지분 매각실적이 지난해 6조5천1백66억원에서 올해는 2조9천4백32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었으며 부동산 등 고정자산 처분실적도 같은 기간 1천1백44억원에서 2백80억원으로 감소했다. 합병의 경우도 지난해는 30건 17조2천여억원에 달했지만 올해는 11건 5조9천여억원으로 3분의1 이하로 줄었다.

거래소 소병기 대리는 "상장기업들이 지난해 하반기 유상증자 등으로 상당한 자금을 확보한데다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고정자산 매각이 여의치 않자 자산처분보다 합병.분할을 통한 구조조정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 설명했다.

한편 기업별로는 한국통신공사가 SK텔레콤 지분 1조1천3백71억원어치를 팔아 구조조정을 통해 가장 많은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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