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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호회 好好 세종나눔앙상블

중앙일보

입력

세종나눔앙상블은 음악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아마추어 연주자들의 모임이다. 사진은 세종나눔앙상블의 김용식, 고원경, 황정효씨다(왼쪽부터).

 오케스트라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깊은 만족감과 교감은 일반인이 가늠하기 힘들 만큼 깊다. 그런데 꼭 악기를 전공한 사람만 이런 느낌을 경험할 수 있을까. 아니다. 오히려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연주의 기쁨을 더 누린다”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세종나눔앙상블’의 단원들이다.

 세종나눔앙상블은 일반인들로 구성된 시민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다. 세종문화회관이 음악과 공연을 통해 나눔 예술 봉사를 하자는 취지로 2008년 12월에 창단했다. 2년을 주기로 연초나 연말에 새로운 기수를 뽑고 있고 현재는 2기 단원 51명이 활동 중이다. 단원들은 1년에 두 번, 봄과 가을에 열리는 세종나눔앙상블 정기공연을 위주로 연습을 한다. 그 외에도 문화소외지역을 찾아가는 ‘함께해요 나눔예술’ 공연도 꾸준히 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총 10곳을 찾아 나눔예술 공연을 펼쳤다. 모두 무료공연이지만 공연과 관련한 수익금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아름다운 가게’나 ‘해비타트’에 기부한다.

 “당시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가 인기리에 종영됐을 때였는데, 세종문화회관에서 아마추어 연주단을 모집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세종나눔앙상블의 1기 단원인 황정효(31·종로구 세종로)씨의 말이다. 황씨는 20여명을 뽑는데 286명이 몰린, 치열한 오디션을 통과해 단원이 됐다. 1기 오디션에 이어 지난해 말 치른 2기 오디션에도 합격해 현재 제1바이올린 파트의 수석을 맡고 있다.

 황씨가 바이올린을 시작한 것은 여섯 살 때였다. 하지만 중학교 입학하고 바이올린을 그만뒀다.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이 바이올린 연주의 즐거움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그가 다시 바이올린을 잡은 것은 대학교동아리 활동을 통해서다. “만약 전공이고 직업이었다면 지금처럼 즐겁지 못했을 것”이라는 황씨는 “지금 약사로서의 인생이 있고 동시에 음악을 즐길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치과의사이자 오케스트라에서 첼로를 연주하는 고원경(38·용산구 한남동)씨 역시 비슷한 경우다. 첼리스트의 꿈을 중학교 때 접었던 그는 대학교 오케스트라에 입단하며 다시 음악을 시작했다. 그는 첼로를 ‘영원한 친구’라고 부른다. 아무리 바빠도 첼로를 켜는 것을 소홀히 한 적이 없다. “첼로는 인간의 목소리와 비슷한 톤을 가지고 있어 친화적인 느낌이 있다”는 황씨는 “악기를 안고 연주할 때마다 가족 같고 친구 같다”고 전했다.

 함께 연주하는 사람들끼리는 묘한 공감대와 끈끈한 유대감이 생긴다. 세종나눔앙상블의 2기 단원인 김용식(49·강북구 번동)씨는“화음이 맞으면 순간 교감이 일어난다”며 그때의 기분은 “마치 다른 사람의 마음 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김씨는 “능력과 상관없이 악기를 연주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고등학생 때부터 트럼펫을 연주하는 등 음악에 심취했던 김씨는 지금 중학교 수학교사다. 그는 2007년 번동중학교로 부임하면서 학생 63명, 교사 10명으로 구성된 ‘챌린지 오케스트라’를 만들었다. 오케스트라단 이름은 ‘악기를 전혀 배워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 의지로 도전한다’는 뜻으로 학생들이 직접 만들었다.

 그가 지난해 겨울 세종나눔앙상블에 지원한 이유도 학생들과 무관하지 않다. 아이들을 더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싶었다. “세종나눔앙상블에는 전문적인 지휘자가 있어 오케스트라의 질이 높은 편”이라는 그는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하고, 오케스트라를 어떤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것이 좋은지 알고 싶었다”고 밝혔다. 한창 사춘기 시기를 보내고 있는 중학생 아이들에게 음악을가르치는 것은 어렵고 힘든 일이다. 하지만 숱한 연습 끝에 무대에서 박수를 받는 일은 아이들에겐 특별한 경험이다. “연주회를 하고 나면 아이들이 부쩍 큰다”고 김씨는 뿌듯해했다.

 세종나눔앙상블은 올해 초 통영에서 가덕도의 학생들을 초대해 열린 연주회를 열었다. 문화소외지역을 찾아가는 ‘함께해요 나눔예술’ 공연의 일환이었다. 섬마을에서 자라 클래식 악기도 처음 봤다는 아이들은 세종나눔앙상블의 연주를 듣고 박수를 치며 즐거워했다. 그만큼 세종나눔앙상블 단원들도 기뻤음을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들 세 명은 내년 연말에 있는 3기 오디션도 볼 계획이다. 이미 나눔앙상블의 활동이 인생의 낙이 됐기 때문이다. 황씨는 “출장도 많고 업무도 바쁘지만, 매주 금요일 오후 8시에 있는 연습을 빼먹은 적이 없다”며 “처음엔 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지만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금요일은 이제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라고 덧붙였다. 올 12월 16일에는 코엑스에서 송년 연주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사진="황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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