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북 저널리즘] 기사로 쓰지 못한 현장 얘기, 기자에겐 다 소설감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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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기자 세 명이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오른쪽) 방에 모였다. 왼쪽부터 김종혁 중앙SUNDAY 편집국장, 양선희 온라인 편집국장.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소설 쓰냐?” 기자들 사이에서 이 말은 큰 욕이다. 기사에서 팩트(사실)에 허구를 더하는 것은 금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기자들은 소설을 쓰고 싶어한다. 중앙일보에도 문예지를 통해 등단했거나 소설집을 낸 소설가 기자가 세 명 있다.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 김종혁 중앙SUNDAY 편집국장, 양선희 온라인 편집국장이다. 김 대기자(대기자)는 국제문제, 김 국장(김)은 사회·정치, 양 국장(양)은 사회·경제 분야 현장기자 출신으로 문학과 거리가 멀어보이는 이들이다. 그래서 물었다. 기자가 왜 소설을 쓰느냐고. 그리고 어떤 소설을 쓰느냐고.

# 현실은 소설보다 극적이다

 대기자=현장 취재를 하다보면 기사로 쓸 수 없는 극적인 현실을 접하게 된다. 이야말로 진짜 인간사다. 1979년 이란혁명을 취재하면서 이런 인간사를 총체적으로 전달해야겠다는 자각이 들었다. 어려운 국제문제를 소설로 쓰면 이해하기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

 =96년 정치부로 갔을 때, 언론에 나타난 정치인의 모습과 실제가 너무 달라서 충격을 받았다. 정치인의 부패와 위선에 심각한 문제의식을 가졌지만 팩트에 치중하는 기사로는 풀 재간이 없었다. 제프리 아처의 소설 ‘다우닝가 10번지’를 통해 영국 정치를 이해할 수 있었듯이 소설로 풀어보자고 마음먹었다.

 =기자가 된 후 소설을 포기했었다. 그러다 96년 법조 출입 당시 ‘12.12 및 5.18 사건’ 을 취재할 때였다. 역사를 심판하는 재판에서 한 때의 권력자들이 혐의를 놓고 다투는 모습을 보면서 사건이 아닌 인간에 대해 쓰고 싶어졌다. 그리고 2000년 경부터 다시 습작을 시작했다.

# 이 시대의 역사성을 투영한다

 대기자=현대사의 역사성을 기반으로 ‘탈영토’적 소설을 쓴다. 2003년 등단 후 발표한 4편이 국제무대가 배경이다. 기자의 강점은 취재다. 현장과 현실을 묘사하고 스토리에 충실한 소설을 쓰겠다.

 =신문기자 출신 찰스 디킨스의 소설을 통해 19세기 영국의 실정을 이해할 수 있듯이 시대 현실을 투영한 소설을 쓰고 싶다. 현실에서 선악의 비율이 7:3이라면 그대로 반영해야 한다. 이걸 3:7로 바꾸거나 적확한 취재 없이 상상력으로 포장해 ‘허위’를 그리는 것은 소설이라 해도 ‘범죄’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삶 자체가 주제다. 지금 우리 사회의 문화와 제도, 관습과 변화, 시대적 습관과 악덕 등 우리를 둘러싼 환경 속에서 우직하게 주어진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볼 생각이다. (e북 보기)

글=김기찬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J KIOSK에서 만나는 3인의 e북 소설(e북 보기)

『오호츠크 아리랑』(김영희)=사할린 광부 출신의 딸 라이사의 인생유전을 그린 단편 소설. 문학사상 (2011년 2월호) 발표작. 무료.(e북 보기)

『백그라운드 브리핑』(김종혁)=2007년 중앙북스에서 출간됐던 정치추리소설. 장편. 3000원.(e북 보기)

『흘러간 지주(地主)』(양선희)=지주 출신 부모의 삶을 이해해가는 딸의 모습을 그린 단편 소설. 문예운동 (2011년 가을호) 발표작. 무료.(e북 보기)

‘e북 저널리즘’은 중앙일보가 만드는 e북 세상이다. 기자들의 저작, 현안과 인물에 대한 심층 분석, 기록 가치가 있는 지난 콘텐트를 e북으로 엮는다. 이 e북들은 온라인 중앙일보(joongang.co.kr)에 마련된 e북 플랫폼인 ‘J KIOSK’에서 만날 수 있다. (e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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