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위기 해결 기대감에 코스피 1920선 회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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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27일 서울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의 모습. [연합뉴스]

코스피가 다시 1900 고지를 밟았다. 83일 만이다. 유럽 재정위기가 해결될 조짐에 얼어붙었던 투자 심리가 풀린 덕이다. 27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27.73포인트(1.46%) 오른 1922.04에 장을 마쳤다. 지수를 끌어올린 것은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였다. 외국인과 기관은 이날 각각 1718억원과 2090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이며 ‘쌍끌이 장’을 연출했다.

 훈풍은 유럽에서 불어왔다. 26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현행 4400억 유로에서 1조 유로로 늘리고, 그리스 국채 손실률(헤어컷) 50%에 합의했다는 소식이다. 중국이 EFSF 증액에 힘을 보탤 수도 있다는 보도도 호재로 작용했다. 도쿄 닛케이와 중국 상하이는 각각 2.04%, 0.34% 올랐다.

 그동안 세계 증시는 유럽의 뉴스와 소문에 몸살을 앓았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 해결을 위한 ‘그랜드 플랜’의 윤곽이 잡히면서 시장의 공포가 잦아들고 있다. 코스피가 1900을 돌파한 것도 8월 이후 세계 금융시장을 괴롭혔던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어느 정도 해소됐음을 의미한다. 하나대투증권 김지환 리서치센터장은 “그랜드 플랜으로 ‘안도 랠리’가 이어지면서 다음 달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나올 글로벌 정책공조에 대한 기대감이 증시의 상승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증시가 본격적인 상승 국면에 접어들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일단 ‘그랜드 플랜’이 모습을 드러내긴 했지만 구체화를 위한 조율 과정에서 어떤 돌발 변수가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어서다. 한화증권 최석원 리서치센터장은 “유럽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정치적 합의에 실패할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경제의 둔화 우려도 여전하다. 국내 경제 상황도 만만치 않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분기 대비 0.7%,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3.4% 성장하는 데 그치며 예상치를 밑돌았다. 미국 국가신용등급 하락과 유럽 재정문제 등으로 인한 세계 경제의 불안이 국내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기업의 3분기 실적도 기대에 못 미친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깜짝 실적’을 낸 것을 제외하고는 국내 주요 기업의 3분기 실적은 부진한 모습이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6일까지 3분기 실적(순이익 포함)을 발표한 79개 기업 중 순이익이 줄거나 적자를 낸 곳은 62%나 됐다. 대한항공(5243억원)과 LG디스플레이(6875억원), LG전자(4139억원)는 적자였다. 포스코와 삼성테크윈 등의 순이익은 전 분기에 비해 크게 줄었다.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며 원화가치가 떨어진 탓에 환차손 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하나UBS자산운용 진재욱 대표는 “미국과 중국의 경기 부진 우려 등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데다 국내 기업의 실적 하락을 감안하면 최근의 증시 상승은 본격적인 반등보다는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의 일시적 반등)’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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