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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시조 백일장] 10월 수상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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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장원] 코스모스

- 김경옥

긴 장대 끝 올려놓은 보라색 칠보 그릇

종일 햇살 한 공기 바람 한 접시 공양하며

손 모은 그 아린 가슴 대우주를 받든다.

◆장원한 김경옥씨=김경옥(57·사진)씨는 30년 넘게 교직에 몸담아 왔다. 지난해부터 수원 한일전산여교 교장으로 재직 중이다. 김씨는 “중앙일보 덕분에 자연스럽게 시조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1980년대 초부터 중앙일보를 구독해왔는데 매달 소개되는 시조백일장 지면을 관심 있게 읽다 보니 직접 써보게까지 됐다”는 것. 김씨는 지난해 서울대 평생교육원 시 창작교실의 문을 두드렸다. 자유시를 가르치는 오세영 시인으로부터 “시조처럼 시 쓰지 마라”는 지적을 받았다고 한다. 자신이 시조와 더 맞겠다고 생각한 김씨는 곧 서울 강남구 신사동 유심시조아카데미를 찾았다. 일반인 대상의 시조 전문 교육기관이다. 김씨는 “시조의 신비한 정형(定型)이 내 마음을 정화시켜준다. 아이들에게도 이 행복감을 나눠주고 싶다. 좋은 시조를 몇 편 골라 액자에 넣어 학교 안에 걸어두겠다”고 했다.

신준봉 기자

[차상] 가장(家長)

- 조안

일곱 식구 끼니를 마련하는 메콩강

줄 타는 그 남자 급류 위를 지나간다

아득히 사라지는 경계 출렁이며 오고 간다.

자칫 미끄러지면 강의 제물이 될 텐데

한 발씩 옮기는 걸음 간절한 기도 같다

허공을 그러잡고 가는 경건한 저 몸짓.

팔뚝만한 물고기 어깨에 둘러메고

되짚어 오는 길은 저승을 넘어선 길

하루치 목숨 던 자리 흰 웃음을 담는다.

[차하] 산국

- 김인숙

바람이 흘리고 간 무심한 그 한마디

새들의 날갯짓에 덩달아 춤을 춘다

내 마음 뿌리내린 곳 비탈진 땅 한 뙈기

가을을 뒤흔들며 거센 바람 지나가도

꽁무니에 붙은 바람 풀섶 다 깨워놓고

노랗게 피워 올린 길 향기로 퍼 나르고

자잘한 꽃송이가 온 산을 기어가며

돌 틈을 비집고 벼랑도 올라간다

가늘고 휘어진 가지 오체투지 벽을 넘다

이 달의 심사평

시어 활용, 상상력 돋보였다

좋은 시조의 첫째는 소재가 신선하고 개성이 있어야 한다. 말은 쉽고 생각은 깊어야 하며 내용은 간결해야 한다. 장원에 뽑힌 ‘코스모스’는 아담한 풍경화를 보는 듯하다. 시어를 다루는 능력과 상상력이 돋보였다. 사물에 감정을 이입시켜 화자의 마음을 살포시 얹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단형시조임에도 으뜸에 앉힌 것은 응모작 모두 고른 수준을 보였기 때문이다.

 차상 ‘가장’은 일곱 식구를 책임지는 가장의 등에 얹힌 삶의 무게는 무겁지만, 아버지는 강하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빛나는 장이 있는가 하면, 중복되는 표현이 시의 완성도를 반감했다.

차하의 ‘산국’은 사물을 관찰하는 힘과 작품 전체를 조망하는 시안(詩眼)이 좀더 요구된다. 강송화·이용호·백학근·김홍석·서재철씨 등은 아깝게 선에 오르지 못했다.

심사위원=오종문·이종문(집필 오종문)

◆응모안내= 매달 20일 무렵까지 접수된 응모작을 심사해 그 달 말 발표합니다. 늦게 도착한 원고는 다음 달에 심사합니다. 응모 편수는 제한이 없습니다. 장원·차상·차하 당선자에겐 중앙시조백일장 연말장원전 응모 자격을 드립니다. 서울 중구 순화동 7번지 중앙일보 편집국 문화부 중앙시조백일장 담당자 앞. (우편번호 10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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