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화해시대에 다시 쓴 '6ㆍ25 상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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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남과 북〉은 홍성원(63)씨가 30년만에 전면개작해 내놓은 6.25 이야기다. 원고지 1만여장 분량, 모두 6권으로 한국전쟁을 처음부터 끝까지 차근차근 짚어내려갔다.

홍씨는 30년만의 전면개작에 대해 "시대적 질곡 때문에 불구로 만들어져야 했던 작품의 제모습을 되찾아주기 위해" 라고 말했다.

그가 처음 이 작품을 연재하던 1970년대는 냉전 이데올로기가 서슬 퍼렇게 살아있던 시절이라 북한과 관련된 용어 하나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인민군은 반드시 '괴뢰군' 이어야 하고, 북한쪽 인사는 무조건 나쁜 사람이어야 했다. 그래서 북쪽 얘기는 거의 쓰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개작 이전의 〈남과 북〉은 반공소설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방대한 분량인 만큼 수많은 인물과 사건이 얽혔다가 풀리곤 한다. 시기적으로는 6.25 전쟁이 터지기 직전인 50년 4월부터 휴전 직후인 53년 9월까지를 다루고 있다.

국군과 인민군만 아니라 기자.학자.의사.양공주.건달 등 전쟁의 양상을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는 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서로 다른 성격과 처지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주요 등장인물들이 전쟁의 상흔을 안고 죽음이라는 최후를 맞이한다.

홍씨가 30년전에 썼던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인물은 북한출신 사회주의자들. 그들도 남한출신 주인공들과 마찬가지로 사랑을 나누고 갈등을 겪고 죽는다.

홍씨는 "전쟁에서 승자는 없고 모두가 패배자들이죠. 패배자들의 눈을 통해 전쟁의 황량한 모습을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6.25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됐습니다" 라고 말했다.

평론가 권오룡씨는 "더이상 반공소설이 아니라 민족의 일체감을 회복하는 방법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지식인 소설" 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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