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4.8%인 잠재실업률, 조사방식 바꾸니 21.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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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실업률 통계의 설문방식을 조금만 바꾸면 실업률이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 황수경 연구위원은 26일 “취업자 집계의 설문방식을 바꾸면 실업률을 노동시장현실에 부합하도록 개선할 수 있다”며 “연구 결과 실업률이 오르고 잠재실업률은 4배 이상 급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황 위원은 이날 발표한 ‘설문구조에 따른 실업 측정치의 비교-청년층을 중심으로’ 제하 보고서에서 실업측정방식의 대안을 제시했다. 대안은 취업을 희망하는지, 또 즉시 취업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물을 때 시점을 지난 한 주에 한정하지 않고 현재 시점까지 확장해 질문하도록 했다. 또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지를 묻기 전에 취업을 희망하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구직 활동을 하지 않은 경우 합당한 사유가 있는지를 추가로 묻게끔 했다.

 새로운 방식의 설문 결과를 가상으로 돌려보니 실업률은 기존 방식(4.0%)보다 1.4% 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잠재실업률은 현행방식에서 4.8%로 나왔지만, 대안적 방식은 무려 21.2%로 파악돼 3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황 위원은 “실업률은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늘지 않았지만 잠재실업자는 기존 방식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며 “유의미한 실업지표로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존 실업률 통계에서는 고시학원·직업훈련기관에 다니거나 혼자 취업준비를 한 경우엔 구직활동으로 보지 않았다”며 “입사시험 준비에 오랜 시일이 걸리는 국내 실정을 감안하지 못한 매우 엄격한 잣대”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때문에 많은 취업준비자가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파악되고 있으며, 그 규모는 2010년 현재 20대 청년 실업자인 31만2000명의 두 배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임미진 기자

◆잠재실업자=비경제활동인구 속에 포함돼 공식통계상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지만 사실상 실업자로 볼 수 있는 사람. 취업준비자와 실망실업자를 더한 수치다.

◆비경제활동인구=만 15세 이상 인구 중 조사대상기간에 취업도 실업도 아닌 상태에 있는 사람. 반면 경제활동인구는 만 15세 이상 인구 중 조사대상기간에 상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해 실제로 수입이 있는 일을 한 취업자와 일을 하지는 않았으나 구직활동을 한 실업자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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