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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테마주는 ‘기대감 → 소문 → 버블 → 폭락’ 되풀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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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진 26일 안철수연구소의 주가는 14.82% 급락한 채 장을 마쳤다. 전날 하한가(-15%)에 육박하는 시세 변동이다. ‘나경원 테마주’로 알려진 통신장비업체 한창은 이틀 연속 상한가 행진을 했다. 별 이유없이 ‘박원순 테마주’로 분류된 광고대행사 휘닉스컴의 주가는 소폭 떨어졌다. 하지만 그 전까지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24일 상한가, 다음 날에는 하한가를 기록하며 냉탕과 온탕을 오간 것이다.

 선거 때마다 기승을 부리는 정치 테마주,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가장 눈에 띄는 종목은 안철수연구소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차기 대선 주자로 떠오르며 주가가 로켓 엔진을 단 듯 수직 상승했다. 안 원장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흘러나온 9월 초부터 불을 뿜었다. 가파른 오름세에 거래소가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했지만 역부족이었다. 24일에는 주가가 10만원을 찍었다. 시가총액도 1조원을 넘었다. 최대주주(37.1%)인 안 원장의 주식 평가액은 3720억원으로 뛰었다. 상장사 주식 부자 순위에서 안 원장은 48위로 올라섰다.

 당분간 목표주가와 투자등급을 내놓지 않겠다는 애널리스트도 등장했다. 대신증권 강록희 연구원은 “현재 주가는 대선 테마가 반영돼 단기적으로 심하게 오른 상태”라며 “목표주가 등을 제시하는 게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올해 안철수연구소의 예상 주당순이익(EPS)을 감안할 때 주가수익비율(PER)은 130배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지나친 과열 상태란 말이다.

 정치 테마주는 일반적으로 ‘기대감→소문→버블→폭락’의 공식을 따른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치러진 한나라당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대선 후보로 결정됐지만 ‘이명박 테마주’는 일제히 급락했다. ‘대운하 테마주’도 몰락의 길을 걸었다. 2007년 7월 2500원에 불과했던 이화공영 주가는 5개월 만에 6만7400원으로 급등했다. 그 뒤로는 내리막길을 걷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하자 주저앉았다.

 정치 테마주는 ‘소문에 사고 이벤트에 팔라’는 말이 가장 잘 적용되는 곳이다. 기업의 실적과 성장 가능성 등 투자의 기본 요소는 고려하지 않는 ‘묻지마 투자’에 가깝다. 오히려 여론조사 결과나 소문 등에 민감하게 반응해 손바뀜도 빈번하다. 주식시장이 투기장처럼 변질되는 것이다. 실제로 ‘나경원 테마주’인 한창은 25일 상장 주식 수 대비 거래량(회전율)이 59.8% 이르며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과거 대선이나 총선 테마주로 지칭됐던 종목들의 경우 투기자금이 들어왔다 빠져나가며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는 등 개인투자자의 피해가 컸다”며 “유력 정치인과 관련이 있다는 이유로 테마주 운운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선거와 정치인에게 주가가 휘둘리는 것은 정치와 경제가 제대로 분리되지 않은 후진적 모습이란 지적도 많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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