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안철수 이름 빼고 “박원순 승리 민주당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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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번이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무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선거 막판에 나타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이름을 언급한 횟수 말이다. “안 원장의 합류로 민주 진영이 하나가 되는 쾌거를 이룩했다”는 짤막한 촌평이 발언의 전부였다.

　손 대표는 25일 박 후보와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내일 시민들은 ‘우리도 함께 잘 살아보자’는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투표장에 몰려들 것”이라면서 “박 후보의 승리는 ‘민주당과 진보정당들’ 모두의 승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손 대표가 말한 ‘승자의 리스트’에 ‘안철수’는 빠져 있다.

　손 대표는 하루 종일 돌아다니며 박 후보를 지원 유세할 때도 ‘안철수’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곳곳에서 민주당과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제가 4월 27일, 한나라당이 ‘천당 아래 분당’이라고 하는 곳에서 민주당 후보로 당선된 사람이다. 박원순을 앞세워 커다란 변화를 서울에서부터 만들어가자”(신촌 거리유세)는 식이다. 이와 관련, 손 대표 핵심 측근은 “민주당 지지층의 총결집이 필요한 상황에서 (무당파를 대변하는) 안 원장을 언급하면 전선이 흐트러질 수 있다”며 “지지자들을 헷갈리게 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손 대표는 선거에서 이기면 ‘반(反)한나라당 전선 구축’을 명분으로 야권통합을 주도할 생각이다. 그래야 안 원장을 견제하고 ‘대선 주자 손학규’의 미래도 기약할 수 있다. 그러려면 선거 승리 후 박 후보가 ‘시민후보’로 되돌아 가는 걸 차단하고 박 후보를 ‘야권후보’로 붙들어 놔야 한다.

　손 대표는 신촌 유세에서 “박 후보로 인해 범민주 진영이 하나가 됐다. 그의 승리는 야권 대통합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최근 한 인터뷰에선 “문재인·박원순·안철수 다 같이,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동의한다면 다 같이 간다”고 전제한 뒤 “안 원장이 다른 정치세력을 꿈꾼다면 ‘안철수의 제3 세력’과 단일화의 과정도 거칠 수 있다”고 했었다.

　전날 미국 흑인 민권운동을 촉발시킨 ‘로자 파크스 사건’이 적힌 편지를 들고 나타나 투표 참여를 호소했던 안 원장은 25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는 평소처럼 경기도 수원에 있는 대학원으로 출근해 학사 업무만 봤다.

양원보·류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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