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FTA 서명 만년필 선물로 준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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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1일 오전(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 오벌 오피스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법안에 서명했다.

이 역사적인 순간을 한국을 대표해 현장에서 지켜본 사람은 한덕수 주미대사와 황원균(미국명 윌리엄 황·56·사진) 한·미 FTA 비준위원회 공동의장이었다.

미국 내 한인 대표로 초대받은 황 의장은 “이런 영광을 차지하려고 한·미 FTA 비준을 위해 뛴 것은 아닌데, 사심 없이 일하다 보니 좋은 경험을 하게됐다”며 기뻐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과 악수하면서 “한·미 FTA는 한국과 미국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윈-윈 협정이 될 것”이라며 “대통령이 법안 통과에 앞장서준 데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오바마 대통령이 웃음 띤 얼굴로 “오케이, 백악관에 잘 왔다”고 답했다고 황 의장은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서명식 1시간 뒤 백악관 앞 뜰인 로즈 가든에서 열린 한·미, 미·콜롬비아, 미·파나마 FTA 이행법안 서명 축하 자리에서 “한·미 FTA는 윈-윈 협정”이라고 언급했다.

 황 의장은 “오벌 오피스가 어마어마할 줄 알았는데, 실제로 가 보니 분위기가 중압감을 주긴 했어도 치장은 매우 검소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그에겐 대통령 책상 밑에 놓인 쓰레기통이 인상적이었다. “값싼 플라스틱 쓰레기통에 회색 비닐봉지가 덧씌어져 있었다”며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물건이 오벌 오피스에 있을 줄은 몰랐다”고 전했다.

 오바마는 이날 법안에 자신의 이름을 쓰면서 13개의 만년필을 번갈아 사용했다. 미 국립문서보관소 영구보존(2개)과 함께 법안 통과에 공헌한 참석자 등에게 기념으로 전달하기 위한 목적이다. 황 의장은 “서명식을 지켜 보니 더욱 애국심이 생겼다”며 “한·미 양국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하겠다는 마음의 증표로 만년필을 소중히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1980년대 중반 아프리카를 거쳐 미국으로 온 황 의장은 워싱턴 지역에서 가장 큰 주류·식품 도매업체 ‘영원무역’을 운영하고 있다. 북 버지니아지역 한인회장을 지냈으며, 최근 지역 내 공원의 재단이사로 선임돼 사회사업에 본격적으로 발을 담갔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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