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열매, 초콜릿〉

중앙일보

입력

제1장-신들의 음식 나무 [1]

재배화된 테오브로마종 가운데 하나인 테오브로마 카카오의 원산지도 중앙 아메리카(스페인 정복 이전에 발달된 문화를 가지고 있던 지역으로 멕시코 남부 벨리즈, 과테말라, 그리고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의 일부가 포함된다)에서 발견된 종이 야생인지 아닌지에 대한 문제 때문에 판별하기 어렵다.

중앙 아메리카에 야생 테오브로마 카카오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 종이 남아메리카에서 먼저 재배화된 뒤에 중앙 아메리카에 들어갔거나 야생종이 먼저 중앙 아메리카에 들어오고 그곳에서 재배화되었거나, 이 둘 중의 하나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종자의 발아 능력 유지 기간이 짧고, 묘목이 허약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느 쪽도 받아들일 수 없다. 테오브로마 카카오는 스페인인들의 범선을 타고 꺽꽂이 또는 묘목의 형태로 서인도 제도에서 남쪽 에콰도르까지 짧은 기간 동안에 퍼졌다.

콜럼버스 이전의 남아메리카에는 테오브로마 카카오 종자를 싸고 있는 흰 과육으로 와인을 만들거나, 그 과육을 씹어먹는 것 이외의 다른 이용법은 알려져 있지 않았다. 이 사실은 카카오의 원산지가 남아메리카로, 나중에 중앙 아메리카 대륙으로 전해졌다는 설을 반증하는 유력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중앙 아메리카에 야생 테오브로마 카카오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널리 재배하고, 이용하며, 또 그 맛을 즐긴 지역은 중앙 아메리카라고 주장한다. 쿠아트레카사스와 오늘날 이 주제를 연구하는 멕시코 식물학자 아르투로 고메스 폼파는 멕시코 남동부의 치아파스 주에 있는 라캉돈 열대우림이나 그곳에서 가까운 우수마신타 강 ―멕시코와 과테말라를 나누는 ―유역에서 야생의 테오브로마 카카오 개체군을 확인, 발견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들은 그 개체군이 재배종이었다가 야생화된 것이 아닌, 원래부터 야생종이었다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이것이 쉽게 재배종으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러한 종의 특징은 카카오가 그곳에서 재배화되었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쿠아트레카사스가 세운 가설에 따르면 야생 테오브로마 카카오는 아주 일찍 아메리카 대륙으로 확산되었다. 그 범위는 앞서 설명했던 중앙 아메리카의 중심부에서 현재 카카오를 볼 수 있는 여러 지역, 곧 아마존 강 유역의 북쪽과 서쪽 지역까지다.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 중간 지역에 존재했던 나무는 죽어 없어졌다(카카오가 여러 가지 병에 걸리기 쉽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해 보라).

그리고 인류가 카카오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시기는 고립됐던 개체군이 서로 다른 종으로 진화하는 과정중이었다. 중앙 아메리카의 나무는 꼬투리가 길고 꼭지가 뾰쪽하고 표면에는 돌기가 있고 부드러우며, 그리고 확실한 골이 새겨져 있고 그 안에 종자와 흰 떡잎이 있다. 한편 남아메리카의 나무는 단단하고 둥근 멜론 같은 꼬투리를 가지고 있으며, 떡잎은 보랏빛을 띠고 있다.

이 두 가지 변종은 각각 “크리오요”와 “포라스테로”라고 일컬어진다. 이 두 종은 교배가 가능하며 그것에서 생겨난 잡종은 번식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테오브로마속의 다른 종하고는 맞지 않는다.

잠시 뒤에 할 이야기를 여기서 언급하면 현대의 초콜릿 산업에서는 그 원료를 크리오요종과 포라스테로종, 그리고 이 두 가지를 접붙여 생긴 잡종에서 얻고 있다. 크리오요종의 나무는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그 나무에는 꼬투리가 조금밖에 달리지 않고 각각의 꼬투리 속에 들어 있는 종자 수도 적으며, 여러 가지 병에 걸리기 쉽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그러한 나무를 재배하는가? 왜냐하면 이 종의 콩에는 아주 속이 꽉찬 열매를 많이 맺는 포라스테로종(어차피 중앙 아메리카에서는 자라지 않는다)의 종자에는 없는 뛰어난 맛과 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 크리오요종이야말로 고대의 중앙 아메리카에서 지배자나 전사와 같은 특권층만이 마시는 음료로 사용되었을 것이고 또한 17~8세기 유럽 엘리트들을 매혹시킨 카카오임에 틀림없다. 두말할 필요없이 현대의 카카오 재배자나 가공업자는 경제적인 이유에서 포라스테로종을 선호한다. 이 때문에 오늘날에는 포라스테로종이 세계 카카오 생산량의 8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오늘날의 품종 개량가들은 포라스테로종 나무의 건실함과 크리오요종 원두의 뛰어난 품질을 결합시키려고 밤낮없이 노력하고 있는데 그 잡종 제1호는 18세기에 트리니다드 섬에서 만들어졌다. 이 때에 어떤 “재난”이 닥쳐 크리오요종의 나무 대부분이 고사했다.

재난의 원인이 허리케인이라고도 하지만 나무들이 병에 걸렸다고 하는 설이 유력하다고 생각된다. 고사한 나무들을 대신해 포라스테로종의 나무를 심었고, 고사를 면했던 크리오요종과 교배시켜 새로운 품종인 트리니타리오를 만들었다.

현대의 품종 개량가들은 이러한 초기 노력들의 성과를 개선하려고 애쓰고 있다. 더욱 뛰어난 맛을 내기 위하여 그들이 어느 정도까지 상업적인 이익을 희생할 마음을 지녔는가는 앞으로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