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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폴리 시민들 “신은 위대하다, 목을 빼고 이날 기다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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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0일(현지시간)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사망소식을 전해들은 리비아 시민들이 자동차에 올라타 수도 트리폴리 도심을 달리고 있다. 이들은 과도국가위원회(NTC)의 깃발을 흔들며 42년에 걸친 독재 종식을 자축했다. [트리폴리 AP=연합뉴스]

리비아 국민은 일제히 환호했다. 20일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체포됐다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수도 트리폴리 도심 순교자광장(옛 녹색광장)에는 시민들이 몰려나와 “신은 위대하다(알라 아크바르)”고 외치며 자동차 경적을 울리고 허공에 축포를 쏘아올렸다. 42년 철권통치의 종언을 알리는 축제였다. 시민들은 카다피의 사진을 찢고 짓밟았다. 과도국가위원회(NTC)의 깃발을 흔들며 벅차오르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

 마무드 샤만 리비아 공보장관은 성명에서 “리비아 국민의 위대한 승리”라고 발표했다. 트리폴리의 한 시민은 “트리폴리가 해방된 지 두 달. 우리는 목을 빼고 이날을 기다렸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뉴스를 듣자마자 집에서 뛰쳐나왔다는 아델 마카데미(41)는 “기쁘다는 말밖엔 할 수가 없다. 비로소 리비아의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됐다”고 말했다. 카다피의 사망이 확인되자 그를 따르던 방위사령관이 백기를 들고 카다피 아들의 은신처를 공개하는 등 친카다피군의 투항도 잇따랐다.

 카다피가 숨지면서 NTC가 리비아 전역을 장악하게 됐다. NTC 관계자는 로이터 통신에 “지난 17일부터 시르테의 중심부까지 진격해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며 “시르테는 해방됐다. 카다피 잔당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BBC방송에 따르면 NTC는 카다피가 사살된 지역의 주변 모든 건물을 수색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환영 메시지도 잇따랐다. 아프가니스탄을 방문 중인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블랙베리폰으로 카다피가 체포됐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그 순간 클린턴 장관이 “와우”라고 소리쳤고, 카다피가 체포된 게 맞느냐는 주변 기자들의 질문에 “맞다. 내가 확인했다”고 반복해 말했다. 카다피 사망 이틀 전인 18일 리비아를 전격 방문했던 클린턴 장관은 “우리는 카다피가 생포되거나 살해돼 리비아 국민이 더 이상 그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간 카다피에 대해 “정의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정도로 언급해 왔던 클린턴의 발언 수위가 예상 밖으로 높았다. 클린턴은 NTC에 추가 지원을 약속했고, 결과적으로 카다피 처단에 일조한 모양새를 갖췄다.

 마크 루테 네덜란드 총리는 “매우 좋은 소식”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성명을 발표하고 “리비아에 평화가 찾아오길 바란다. 카다피의 운명은 리비아 국민들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 언론도 급작스러운 카다피 사망 소식을 긴급 타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시르테 함락 소식을 전한 직후 ‘카다피 체포. 두 다리 부상으로 구급차로 이송 중’이라는 속보를 타전했다.

박소영 기자,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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