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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앙팡테리블의 반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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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세계로 확산되는 ‘점령’ 시위 탓인가. 이름도 낯선 어린 기사들이 빠른 속도로 바둑판을 점령해 나가고 있다. 16세 나현 초단이 유성에서 쿵제 9단을 꺾고 삼성화재배 4강에 오른 것은 불과 보름 전이다. 이창호 9단의 뒤를 이어 이세돌-구리-쿵제는 세계대회를 번갈아 우승하며 ‘빅 4’의 신화를 이어왔다.

하지만 이들의 강력한 파워는 어느 순간 제동이 걸렸다. 바둑 팬들은 물론 전문가들조차 나날이 이어지는 예상 외의 상황에 어안이 벙벙한 상태다. 나현의 활약은 지나가는 소나기 같은 것인가, 아니면 분명한 ‘기상 이변’인가.

  지난주 베이징의 농심신라면배에선 19세 안국현 3단이 중국 1위 저우루이양을 격파했다. 아직은 힘이 덜 찬 미완의 안국현인데 예상을 뒤엎고 저우루이양을 격파하며 나현과 함께 한국 바둑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데 스타가 된 안국현이 서울로 돌아와 맞이한 상대는 다름 아닌 13세의 이동훈 초단. 18일 제1회 KC&A배 신인왕전 본선리그에서 올해 프로 무대에 처음 발을 디딘 98년생 이동훈은 안국현을 불계로 격파하며 구경꾼들을 감탄시킨다. 무명 신예들의 반란, 또 반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동훈은 ‘제2의 박정환’으로 성장할 것인가. 이들 한국의 90년대생 어린 기사 들이 아직 우승컵을 거머쥔 것은 아니지만 바둑판 361로에서 이창호-이세돌의 신화를 넘어 뭔가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것 만은 분명하다.

미위팅(左), 탄샤오(右)

  중국에서는 변화의 강도가 한국보다 좀 더 심하다. 미위팅이란 15세 소년은 중국리그에서 13승4패로 다승 1위다. 중국리그에서 가장 멋진 기록을 세운 기사는 한국의 이세돌 9단이다. 그는 주장전에서만 19연승을 기록했으니 미위팅 정도는 비교도 안 된다.

하지만 구리·쿵제·창하오 9단 등 세계 챔피언들이 차례로 미위팅의 제물이 된 것을 생각하면 중국 팬들이 미위팅에 열광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탄샤오(檀?) 5단은 최근 떠오른 인물 중에서 가장 강력한 신예로 보인다. 93년생인 탄샤오는 올해 중국의 리광배, 전국개인전에 이어 지난 16일 기왕전에서 우승했다. 기왕전에서 또 다른 신예인 왕레이 6단을 꺾으며 3관왕. 중국랭킹은 3위. 그는 삼성화재배에서 이창호 9단을 이긴 뒤 16강전에서 이영구 9단에게 져 탈락했다. 그러나 지난주 농심배에선 안국현의 3연승을 저지하며 최근 중국에서 구리-쿵제를 제치고 가장 잘나가는 기사로 떠올랐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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