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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우 기자의 확대경] 부첵 → 장원준, 감으로 잡은 투수 교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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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롯데 장원준이 역투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0-0이던 4회 말. 롯데 선발 크리스 부첵이 1사 뒤 최정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공 세 개가 연이어 바깥쪽으로 낮게 빠졌고, 볼카운트 1-3에서 5구째 가운데 높은 공이 볼이 됐다. 양승호 롯데 감독이 마운드에 올랐다. 이때까지 부첵의 투구수는 44개에 불과했으나 양 감독은 과감히 교체했다. 다음 타자 박정권은 플레이오프 3차전까지 타율 4할4푼(25타수 11안타), 1홈런·4타점으로 타격감이 좋았다. 전 타석에서도 우전안타를 때려내며 부첵의 투구에 타격타이밍을 맞추었다.

 롯데의 두 번째 투수 장원준은 박정권을 2루수 땅볼로 잡았고, 1루 주자까지 병살로 아웃시켰다. 최선의 결과였다. 위기를 넘긴 롯데는 5회 초 2사 2루에서 손아섭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얻어내며 승기를 잡았다.

 투수 교체 시점은 모든 감독의 고민이다. 그 평가는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바꾼 투수가 위기를 넘기면 절묘한 투수 교체다. 반대 결과가 나오면 모든 원망을 감독이 듣는다.

 감독들은 대개 투수를 교체할 때 먼저 ‘한계투구수’를 고려한다. 다음으로는 경기 중의 투구밸런스와 구위, 제구를 살핀다. 투수 코치와 상의하고, 직접 공을 받는 포수에게 조언을 구한다. 타자와의 상대기록도 중요한 자료다.

 기록 외적인 ‘감’도 영향을 미친다. 부첵은 올 시즌 박정권에게 3타수 무안타로 강했다. 반면 장원준은 8타수 3안타를 허용했다. 양 감독은 경기 전 선발 부첵에 이어 장원준의 등판을 예정하고 있었을 터다. 기록만 보면 위험한 교체였으나 양 감독의 ‘감’은 기록보다 정확했다.

허진우 야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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