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TV 토요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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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 앤드 센서빌리티〉(EBS밤 10시 35분)는 19세기 영국 상류 사회의 모습을 유머러스하고 로맨틱한 터치로 그려낸 영화. 〈결혼 피로연〉 을 연출한 대만 출신 감독 리안의 할리우드 진출작으로 1995년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랐던 수작이다.

리안 감독은 현란한 의상과 아름다운 조명으로 영상미를 구축하는 한편 코미디와 로맨스를 적절히 섞어 1백여년전 영국 귀족사회 풍경을 멋지게 그려냈다. 에마 톰슨을 비롯해 휴 그랜트.케이트 윈슬렛 등 주연들의 연기도 뛰어나다.

런던의 명문가 대시우드가의 가장 헨리는 첫째 부인과 사이에서 낳은 장자 존에게 막대한 재산을 물려주고 임종을 맞는다. 존은 계모와 세 의붓 여동생들에게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만큼의 돈만 주고 집에서 쫓아낸다.

분별력 있고 감정을 억제할 줄 아는 장녀 엘리너(톰슨)와 자유분방하고 로맨스에 관심이 많은 차녀 매리앤(윈슬렛), 나무 위에서 놀 때가 가장 행복한 말괄량이 막내딸 마가렛은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희망을 버리지않고 살아간다.

엘리너는 미남자 에드워드(그랜트)와 사랑에 빠져들지만 곧 결혼할 것 같던 그들의 관계는 허망하게 끝난다. 에드워드는 존의 거만한 부인 패니의 동생이었던 것. 패니는 에드워드를 런던으로 보내 엘리너와 떼어놓는다.

〈데블스 오운〉(KBS2 밤 10시 30분) 은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의 통합을 요구하며 무차별 테러를 벌이는 아일랜드 공화군(IRA)요원과 우직한 미 경찰의 한판 승부를 그린 액션물. 〈패럴럭스 뷰〉〈대통령의 사람들〉 등 정치영화에 재능을 보여온 노장 앨런 J. 파큘라가 감독을 맡았으나, 과거 작품에서 보여준 비판의식과 흡인력은 전혀 발휘하지 못한다.

'최고의 남자들이 벌이는 최고의 한판 승부' 라는 홍보문구처럼 해리슨 포드와 브래드 피트 두 스타에 기댄 전형적인 할리우드물.

〈사랑 사랑 내사랑〉(MBC밤 11시)은 신상옥감독이 1984년 북한에 있을 때〈춘향전〉을 바탕으로 제작한, 선전성 없는 북한 영화. 당시만 해도 북한에서 금기시되던 〈사랑〉이라는 단어를 제목에 올리는 등 80년대 북한영화의 르네상스를 이룬 작품이다.

북한 배우들의 흥겨운 연기와 노랫소리가 99년 임권택 감독이 연출한 〈춘향뎐〉과는 또다른 매력을 준다.

5월 단오날. 남원 사또 자제 이몽룡은 밖에서 백성들이 흥겹게 노는 소리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몽룡은 책을 접고 하인 방자를 앞세워 남원의 아름다운 경치를 보기 위해 광한루로 간다. 이곳에서 그네타기를 즐기는 미녀를 보고 한눈에 반한 몽룡은 한밤중에 방자를 앞세워 그녀의 집으로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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